주가·신용등급 방어용?…자사주 사들이는 건설사
태영·HDC·서희건설 등 자사주 매입 잇달아
주주가치 제고 목적…오너일가 지배력 강화도
2023-06-20 06:00:00 2023-06-20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건설사 오너일가 등 경영진들이 잇달아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이지만, 일부 건설사의 경우 신용등급 하락 등 악재가 발생하면서 주가 방어와 함께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은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자사주 23만6970주를 장내 매수했습니다. 주당 평균 취득 금액은 4212원으로 총 매입 금액은 약 10억원에 달합니다.
 
서울 시내 도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기업 가치에 비해 현재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판단과 함께 태영건설 실적과 재무구조 안정에 대한 책임경영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통상 그룹 최고경영자(CEO)나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향후 경영 성과와 그룹 방향성에 대한 자신감을 자사주 매입을 통해 보이는 것으로, 책임 경영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영건설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따른 재무부담 우려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만큼,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실제 이달 초 3900원대로 하락했던 태영건설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1.43% 오른 42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건설사와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이 시장에는 일정 부분 긍적적인 시그널을 준 것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200억원을 들여 자사주 191만여주를 매입 결정을 했으며, DL이앤씨 또한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207억원을 연말까지 취득하기로 했습니다.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곳도 있습니다.
 
올해 초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2세 경영에 시동을 건 도화엔지니어링 곽준상 부회장은 지난 4월 곽영필 회장의 수증을 통해 기존 5.24%였던 지분을 11.17%까지 확보했으며 부산에 연고를 둔 동원개발 장복만 회장은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0.86%(작년 11월 기준)에서 0.90%까지 늘렸습니다. 같은 시기 장 회장의 배우자인 황정련씨와 장남인 장호익 부회장도 자사주 매입을 공시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이밖에 서희건설은 최근 삼성증권과 100억원 규모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2월 7일까지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할 예정입니다. 서희건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입니다. 앞서 서희건설은 지난 2월 삼성증권과 100억 원 규모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맺어 762만8330주 규모의 자사주를 확보한 바 있습니다.
 
현재 서희건설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7.49%입니다. 매입목적은 ‘주주가치 제고 및 주가 안정’이지만, 자사주 매입은 오너일가 입장에서 직접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한편 시장에서는 주택시장 회복세가 수도권에 그치고 있는데다 해외시장에서의 수주 호재 가시화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택 시장이 완연한 하락 사이클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해외 플랜트, 신사업 등 대체재에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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