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길바닥 나앉을 판"…전세사기 피해자 발 동동
큰 길 마주보고 두 아파트 곳곳에 '구제방안촉구' 현수막
"가장 원하는 건 보증금 반환"…현재 뾰족한 수 없어
동탄신도시로 번진 전세사기 피해…"더 나올 수도"
2023-04-21 06:00:00 2023-04-21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의 전세사기 피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20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는 '경매 장사하는 당신도 가해자'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렸습니다. 곳곳에 '내부박살 입찰금지', '호소문' 등 경매 중지를 요구하는 글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바로 길 건너편 또 다른 아파트도 전세사기 피해를 알리는 현수막이 있었는데요. 창문에 띄엄띄엄 '구제방안촉구'라는 문구가 내걸렸습니다.
 
인천시에 따르면 구속된 건축왕 남모 씨 등 악성 임대인 3명이 소유한 주택은 3008가구로, 미추홀구에만 2523가구가 집중돼 있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미추홀구에서 2479가구가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받았습니다. 이중 1523가구는 임의경매에 넘어갔고, 87가구는 매각됐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경매 장사하는 당신도 가해자'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인근 부동산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입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 전세자금대출 등을 악용한 나홀로 아파트와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섰다는 설명입니다.
 
주안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보증금의 80~90%까지 받을 수 있도록 풀어두니, 업자들이 이를 이용해 집을 막 지었다"며 "신축 시세를 높여가다 보니 한 동네 땅값은 평당 500만원에서 현재 2배 넘게 뛰었다"고 말했습니다.
 
제물포역 인근 부동산에 전세 매물을 문의하자 "제대로 된 매물은 지금 1개 있다"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비슷한 깡통전세 매물은 여럿 있지만 중개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급한 불 끄기…보증금 반환은 '미지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경매를 통해 전셋집이 매각될 시 보증금은 커녕 집을 비워줘야 할 판입니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주거 연장을 위해 경매 중단과 경매 시 피해 세입자가 낙찰을 받을 수 있는 우선 매수권을 요구해왔는데요.
 
전세사기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급한 불 끄기에 나섰습니다. 이날 정부와 여당은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대책을 발표했죠.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와 공매를 유예하는 동시에 피해 세입자들에게 전셋집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입니다. 거주 주택 낙찰 시 저리 대출과 조직적 전세사기에 대한 엄벌 방침도 밝혔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 걸린 호소문. (사진=김성은 기자)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데요. 박경수 미추홀구 깡통전세피해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경매는) 4개월 가량 유예가 가능한데, 미추홀구 피해 주택 대부분은 민간 경매로 진행돼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막막함이 있다"며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전세금 반환을 위한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미추홀구 일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보증금 8000만~9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며 "현재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2700만원 남짓"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긴급 주거지 확충에 대한 의견도 내놨습니다. 박 공동대표는 "급하게 집을 비워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긴급 주거지가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 긴급 주거지는 턱없이 부족하고 평수도 작아 살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 추가 발생 가능성"
 
전세사기 피해는 인천 미추홀구과 서울 강서구에 이어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오피스텔 250여가구를 보유한 집주인이 파산해 세입자들에게 소유권 이전 요구를 했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는데요. 58건의 전세사기 의심 신고 접수로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이 많이 공급된 곳일수록 전세사기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주택 공급 증가는 전세 물량 증가로 이어지고, 신축 가격도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역전세난, 경기 침체로 인한 소득 감소 등이 심화되면 동탄 같은 곳이 추가로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 전경. 한 동짜리 아파트가 많이 보인다. (사진=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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