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혁신 이전에 본질부터 찾아야
2025-10-01 06:00:00 2025-10-01 06:00:00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고가 일면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현재 사실상 전 산업군이 AI의 급부상에 주목하고 있지만 혁신 기술의 선봉에 서야 하는 운명을 지닌 IT 기업들이 느낄 긴장감의 수준은 아무래도 남다르다. 시장을 지배하는 기술 패러다임의 변곡점에 대해 기술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IT 기업들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서둘러 경쟁에 나서는 것만으로 불안이 해소될 리 없다. 신기술이나 신사업에 집중해야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과도했다가는 기존 고객층의 수요와 괴리가 생기기 십상이다. 기술 청사진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기존 주력 사업의 본질을 해칠 정도로 개편을 시도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기술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핵심 요소 및 판세를 읽어내는 능력이다. 서둘러 경쟁에 뛰어들기 전 신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전세계 IT 기업 흥망성쇠의 역사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노키아가 대표적이다. 노키아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휴대폰 하드웨어 분야의 강자였다. 노키아 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핵심적인 순간이 찾아왔고, 노키아는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단말이 아닌 앱 생태계였고, 기존 하드웨어 강자 노키아는 이를 짚어내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전체 시장을 내주고 말았다.
 
AI가 앞으로 바꿔놓을 새로운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AI가 미래의 핵심 기술임은 어느 정도 분명해졌지만 사실 스마트폰의 등장만큼이나 커다란 지각 변동을 일으킬지 아닐지를 두고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스마트폰에 이어 AI도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기술 주도권을 쥐는 열쇠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증명했듯 좋은 서비스는 직관의 영역과 맞닿아 있고, 직관적인 서비스는 고객의 편의성을 증대시킴으로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는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결국 자사 서비스의 본질은 무엇이고, 자사 고객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어떤 서비스 경험을 하게 될 것인가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곧 혁신은 아닌 만큼 고객 불편을 초래하는 기술 과잉 상태가 되는 건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AI 시대 대비에 분주한 국내 주요 IT 기업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통신사의 본업은 안정적이고 빠른 연결이고, 메신저 앱의 본업은 실시간 소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혁신은 단지 수단일 뿐이다. 성공은 화려한 기술을 도입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고객의 삶을 얼마나 더 좋고, 쉽고, 가치 있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올바른 답을 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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