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현금과 사내 유보금을 늘리는 모습입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 등으로 줄도산 가능성까지 제기됨에 따라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GS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작년 말 연결기준 이익잉여금은 총 31조3738억원으로 전년동기(27조7300억원) 대비 13.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시내 도심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익잉여금은 건설사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거나 투자하지 않고 내부에 유보하는 자본 계정을 말합니다. 잉여금 증가는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와 자금시장 경색에 대비해 건설사들이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자금 조달 시장 투자심리도 냉각되면서 건설사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해 곳간을 쌓은 것입니다. 특히 SK에코플랜트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1조503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배 가량 늘었고 대우건설(1조4938억원), DL이앤씨(8581억원)의 이익잉여금은 각각 53.3%, 47.9% 증가했습니다.
이익잉여금, 1년 새 13% 증가…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30% 늘어
현금 및 현금성자산 또한 18조3257억원으로 1년 새 30% 넘게 뛰었습니다. 이 기간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55억원으로 103.4% 급증했으며, 삼성물산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조2000억원으로 86.3% 늘었습니다. 단기금융상품을 더할 경우 삼성물산의 현금성자산은 6조7000억원으로 전년(2조8673억원)에 견줘 약 4조원 더 많아집니다.
유동성 우려로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로부터 긴급 현금 수혈을 받았던 롯데건설의 경우 현금 및 현금성자산(5980억원)도 38% 뛰었습니다. 이밖에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각각 5643억원, 3조9739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60%, 36% 늘었지만 단기금융상품은 91%, 67% 감소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시장에서는 건설사 신용보강 PF 유동화증권이 비교적 장기로 만기 연장되고, 일부 건설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의 유동화증권에 대한 유동성위험이 완화됐다면서도 부동산 업황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위험군 우발채무 부담 확대 등 위험 요인이 내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분양 위험지역 확대 등으로 우발채무가 늘어나고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어섭니다. 실제 올해 상반기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업종 회사채(사모 포함·예탁원 기준)는 총 147건으로 발행금액만 1조2776억원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 유동성 대응이 필요한 셈입니다. 문제는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설 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건설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는 점입니다. 만약 채안펀드와 같은 정부의 지원사격이 사라질 경우 비우량등급 건설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를 내걸거나 채권 재발행이 아닌 현금 상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현재 건설사의 차환 위험은 다소 완화된 상태이나, 투자심리 악화 시 관련 위험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면서 “건설사의 총차입금이 17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금조달 상황 악화 시 현금유동성은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금유동성과 재무여력 확보 수준은 건설회사 대응력의 핵심 요소”라고 진단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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