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대, 빨라진 재계 인사
신세계·LG생건, 앞당겨 수장 물갈이
삼성·SK, 내달 인사 전망…“선제 대응”
2025-10-01 15:35:11 2025-10-01 17:09:22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그룹의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연말·연초에 몰렸던 대기업 임원 인사가 가을로 앞당겨지면서 조직개편과 인적 쇄신을 예고하는 모습입니다. 조기 인사는 단순한 시기 조정을 넘어선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사업을 재편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진 까닭입니다. 
 
1985년생인 제임스장 지마켓 신임 대표이사(왼쪽)과 LG생활건강 이선주 신임 사장. (사진=신세계, LG생활건강 제공)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곳은 신세계입니다. 신세계 그룹은 지난달 26일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디에프(면세점)·지마켓·신세계푸드 등 8개 부문 수장을 물갈이하는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1980년대생 임원과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전면에 내세우며 성과주의와 세대교체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신세계는 “당면한 과제를 신속하게 실행하고 미래 성장 계획을 한발 앞서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습니다. 통상 11월 하순에 진행되는 LG그룹 정기 인사를 두 달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이정애 대표는 새 CEO를 중심으로 내년 이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정기 인사 이전에 물러나기로 했다는 후문입니다. 
 
지난 2018년부터 9월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다 2021년부터 8월 인사로 앞당긴 한화는 사업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원에서 수시 인사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달 사장단 정기 인사를 단행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는 재작년부터 정기 사장단 인사를 11월로 약 한 달 앞당겨 발표하고 있습니다. 등기임원 중에서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노태문 사장이 관심사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본 마천루 모습. (사진=뉴시스)
 
노 사장은 올해 초 한종희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며 직무대행을 맡게 됐는데 갤럭시 S25와 갤럭시Z 폴드7·플립7 등 폴더블 시리즈 판매량이 호조를 보인 만큼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까지 오를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지도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뿐으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는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조언한 바 있습니다. 
 
통상 12월 초 인사를 발표했던 SK그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인 11월 인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이미 에너지부문(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리밸런싱(사업개편) 작업을 추진해왔던 데다 통신부문(SK텔레콤)마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홍역을 치른 만큼 인적 쇄신이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난달 24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울산포럼 후 그룹 정기 인사 시기에 관한 질문에 “인사는 현재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할 것인지, 차세대 경영자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두 가지 관점을 보면 된다”라며 “시기는 조금 유동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가 언제 나올지는 그때 가봐야 아는 것이지만, 통상적으로는 11월에서 12월에 인사가 있었다”면서도 “최근에는 내년 사업을 꾸려 나가는 데 조금 더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인사나 조직개편 시기를 조금 앞당겨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