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리인상과 미분양 증가로 건설업계의 줄도산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 범(凡)현대가 중견건설사인 HNInc(에이치엔아이엔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건설사들의 주택 익스포져(위험노출·exposure) 확대에 따른 위기감이 가시화했기 때문입니다.
17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는 총 1085곳으로 전년동기(919곳)보다 18.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종합건설사 폐업신고건수는 1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곳)에 견줘 59.77% 늘었습니다.
서울 시내 도심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작년부터 이어진 금리인상 기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겹친 데다 원자재가격 인상과 미분양 증가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면서 그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주 확대를 꾀했던 건설사의 줄도산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실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7일 현대가(家) 오너3세인 정대선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HNInc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고 관계인 집회를 공고했습니다.
도급순위 133위인 HNInc는 아파트 브랜드 ‘현대 썬앤빌’과 ‘헤리엇’ 등을 내세워 주택사업을 벌이며 지난 2021년 2838억원 규모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지난해 분양한 속초헤리엇 THE228 등에서 미달이 나오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금리인상·미분양 증가에 건설사 도산 우려 커져
중견건설사의 법정관리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시공능력평가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지난 연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으며 시공능력평가 순위 109위인 대창기업 역시 지난 7일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달 간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결정 및 포괄적 금지명령 등이 공고된 건설사만하더라도 모두 12곳에 달합니다. 문제는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전국 미분양 주택도 8만호에 달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한달간 발생한 건설사 회생·파산 공고 (표=뉴스토마토)
분양을 통해 자금이 공급돼 최종 청산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특성을 고려할 때 미분양·미입주 등 PF 관련 우발채무가 현실화 될 경우 줄도산을 배제할 수 없어섭니다. 지난해 문을 닫은 우석건설(시평 202위)과 동원건설산업(시평 388위) 역시 2021년 부채비율이 각각 90.5%, 170.9%로 양호했지만 상가 미분양 등으로 단기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어음부도가 났습니다.
한편 시장에서는 중소 건설사의 폐업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부 건설사들의 폐업이 건설 산업 전체의 위기나 붕괴로 연결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건설사의 경우 조선업 등 여타 산업과 비교해 업체 수가 많은 데다 정부 역시 부동산 연착륙 정책을 펼치고 있어섭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일부 건설업체의 폐업이 분양가나 기존 매매시장 등 전체 주택시장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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