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리스크' 예고된 참사…'당심 100% 룰'이 화 불렀다
민심 배제한 경선 부작용…국민의힘 내홍 지속
극우 그림자 걷어내지 못하면 내년 총선 악영향
2023-04-17 06:00:00 2023-04-17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의힘이 연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급기야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기현 대표와의 설전에 이어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됐는데요. 여권 내부 갈등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심 100% 룰'이 가져온 예고된 참사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당심 100%'로 뽑도록 바꾼 룰 개정이 전 목사 세력 같은 조직화된 극우 강성 세력의 선거 영향력을 극대화함으로써 당 전체 기류에도 실체 이상의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인데요. 당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전면적인 쇄신이 없으면 극우 그림자는 계속 국민의힘을 옭아매서 내년 총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입니다.
 
'당심 100%' 룰 이후 민심과 더 멀어진 여당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김 대표가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 결정을 내린 뒤 연일 당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앞서 김 대표는 자신의 리더십을 비판해온 홍 시장을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었다"며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는데요. 홍 시장은 김재원 최고위원 제재, 전 목사와 당의 관계 설정 문제 등을 놓고 김 대표를 줄곧 공개 비판해 왔습니다.
 
해촉 사실이 알려지자 홍 시장은 즉각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반발하면서 그다음 날인 14일에도 "나를 밟고 넘어가서 지도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밑거름이 될 수도 있지만, 평생 몸에 밴 살피고 엿보는 그 버릇을 쉽게 버릴 수가 있을까"라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준석 전 대표는 같은 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해촉 결정을) 했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홍 시장의 당 상임고문 해촉 배후로 '윗선'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 밖에 안된 시점에서 당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지난해 말 개정한 '당심 100% 룰'이 가져온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말 전당대회 룰을 '당원 100%+국민 여론조사 30%'에서 '당원 100%' 투표로 바꿨습니다. 이에 김 대표는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지지를 받으며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급기야 윤 대통령 지지율 20%대로 추락 
 
때문에 이번 전 목사 논란과 같은 상황은 예고된 참사이자 애초 김기현 체제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사실 김재원 최고위원과 전 목사가 불러온 당내 갈등은 당 안팎의 극우적인 지지 세력에 소구하는 행태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일반적인 국민 여론을 배제한 채 '당심 100%' 룰로 당대표를 선출하는 규정으로 바꾼 것이 근본 원인인데요. '당원 100%'로 선출된 '친윤계(친윤석열계)' 당 지도부인 만큼 실언을 견제할 내부 목소리가 나오기 힘든 구조인 것이지요.
 
이 같은 이유로 당 안팎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이 전 대표는 "정당에서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웅 의원도 '정치인은 내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전 목사의 발언에 대해 "(전당대회의) 당심 100% 룰이 이런 치욕스러운 상황을 낳았다"고 비판한 데 이어, 홍 시장의 해촉 결정엔 "당심 100%가 만든 혼돈계"라고 꼬집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전 목사 리스크로 인한 당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가운데, 당의 전면적인 쇄신 방안이 없으면 내년 총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미 새 지도부 출범에도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총선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는데, 극우 그림자가 계속 드리우면 총선 승리는 장담하지 못한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입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14일 공표·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해 최저치인 27%로 30% 선이 깨졌습니다. 본지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 1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14일 공표·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0%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1%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지율 숫자가 보여주듯, 당의 전면적인 쇄신이 없으면 윤석열정부에 등을 돌리는 지지층의 이탈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는 우선 조직화된 극단 세력이 당내 선거 영향력을 고리로 여당 전체의 노선과 행태마저 좌지우지하는 일부터 잘라내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입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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