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배임죄 폐지’ 가닥…재계 “숙원 해소”
재계 ‘환영’…”경제형벌 합리화 이어가 달라”
기업인 배임죄 사건에 영향 불가피 전망
시민단체 “반대…경제정의 지키는 역할”
2025-09-30 16:24:59 2025-09-30 17:13:46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당정이 30일 형법상 배임죄 폐지 등 형벌 규정을 완화한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하자 재계가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계는 이번 조치가 기업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향후에도 경제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경영활동 위축을 부르는 경제형벌 합리화 작업을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반면, 시민단체는 당정의 배임죄 폐지 방침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단체들은 이날 당정의 배임죄 폐지 가닥 방침 등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 발표와 관련해 입장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서 조사본부장은 이번 방안은 기업 의사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경제계가 지속 요청해온 배임죄 가중처벌 폐지, 행정조치를 우선하고 형벌을 최후 수단으로 한 점, 형벌 대신 경제적 페널티 중심으로 전환한 점 등은 TF 출범 이후 경제계와 소통하며 기업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앞으로도 개인과 법인을 하나의 사실로 동시 처벌하는 공정거래법상 양벌 조항 등 경제형벌 합리화를 지속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 명의의 논평에서 이번 조치는 과도한 형벌로 위축된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웠던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하고, 선의의 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 관련 양벌규정을 개선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여전히 수많은 법령에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의 범죄화 등 과도한 형벌 규정이 산재함을 감안할 때 경제 형벌에 대한 전향적인 개선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도심에 입주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TF’ 당정 협의에서 배임죄가 과도한 경제형벌로 작용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고 판단하고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경제형벌 규정 110개를 우선 추진 과제로 마련했습니다. 여기에는 제재 필요성이 있는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과징금 또는 과태료 부과로 바꾸거나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손해배상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간 재계에서는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적용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습니다. 특히 배임죄는 성립 요건이 모호해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자의적인 적용이 이뤄졌다는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배임죄로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거나 형량이 줄어드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이 배임죄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받았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은 벌금 또는 형량이 낮아졌습니다
 
이번 배임죄 폐지 방침에 따라 향후 관련 재판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배임죄가 최종 폐지돼 형법에서 삭제되면 처벌 근거가 사라져 법원이 면소판결을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배임죄로 재판·수사가 진행 중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구본성 전 아워홈 회장 등의 사건에도 일부 영향이 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요 기업인 배임죄 처벌 및 연루 사례. (그래픽=뉴스토마토)
 
당정의 이 같은 배임죄 폐지 등 방침은 기업들에 대한 일종의 유화책으로 읽힙니다. 잇단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의 처리로 기업 옥죄기라는 비판이 나오자 재계의 숙원으로 꼽히는 배임죄 폐지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방침이 환영할 일이지만, 최근 강화된 규제에 대한 당정의 보상 차원의 인식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배임죄 폐지는 민주당이 먼저 들고 나온 카드로 상법과 노란봉투법 등 최근 강화된 규제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내용이다상법 개정 등 향후 재계가 우려하는 정책에 있어 기업과 소통하고 현장의 의견을 꼭 반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시민단체는 이번 배임죄 폐지 방침에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입법 논의가 사실상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또한 배임죄 때문에 투자 의사결정을 못 한다는 것은 과도한 우려이자 억측에 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배임죄 등 형사처벌이 지배주주나 재벌 총수의 무분별한 전횡을 방지하고 경제정의를 지키는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일부 과잉 수사나 기소 남용이 있었다고 해서 폐지를 논할 수 없다고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배임죄는 부당 합병이라든가 경영 세습, 일감 몰아주기 같은 자본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배임죄가 폐지되면 자본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진국과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라든지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등의 제도가 도입이 돼야 배임죄의 형벌 수준을 완화하는 논의 정도는 해볼 수 있다아예 폐지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향후 배임죄 폐지와 관련한 일정을 참고해 의견을 수집하고 캠페인 등의 활동을 검토하다는 입장입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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