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봄 이사철을 맞았지만 분양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전매제한 단축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완화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이 축소된 가운데 고금리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피하기 위해 분양 일정을 대거 연기한 까닭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은 이문아이파크자이(이문3구역·사진 왼쪽)와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이문래미안라그란데(이문1구역) 공사현장 모습.(사진=백아란기자)
12일 부동산R114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분양 예정(기 분양 포함) 물량은 총 12만2120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작년 동기(16만7036가구)에 견줘 26.89% 감소한 규모입니다. 특히 지방 분양 물량은 8만1588가구에서 5만8737가구로 하락하는 등 서울(1만520가구)과 광주(9236가구), 강원(3795가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작년 보다 분양 예정 물량이 감소한 상태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대책 발표로 규제가 대폭 완화됐지만 고금리·미분양에 따른 우려로 건설사들이 분양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은 결과로 풀이됩니다. 올해 분양시장이 악재와 호재 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면서 건설사 셈법도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악재·호재 힘겨루기 속 건설사 눈치보기 양상
실제 연초 총 2만543가구(조합, 오피스텔 포함)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등 3개 단지를 분양한데 그쳤으며 2분기 분양 일정도 아직 검토 중인 단계입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1분기 인천 미추홀구 ‘더샵아르테’를 분양한 이후 분양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이문1구역 재개발 단지인 ‘래미안라그란데’를 제외하면 상반기 분양 계획을 뚜렷하게 잡지 않은 상황입니다. 올해 9556가구 공급을 목표(연초 기준)로 했던 DL이앤씨 역시 e편한세상 범일 현장 외에는 기존 분양 일정을 조율 중인 실정입니다.
(표=뉴스토마토)
이밖에 지난해 말부터 광명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서울 장위자이레디언트, 영등포 자이디그니티, 휘경자이 등 공격적인 분양에 나섰던 GS건설은 올해 상반기 ‘상무센트럴자이’와 ‘광명자이더샵포레나’ 등 4000여가구를 공급하는데 그칠 예정입니다. GS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짓고 있는 이문3구역은 하반기로 분양을 연기하는 쪽으로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금리와 원자재값 인상 우려가 큰 상황에서 공사비 문제로 조합과 마찰을 빚는 사업장도 많아지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됩니다.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사태가 이어지면서 미분양 리스크를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해 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방향으로 건설사들이 선회한 것입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시장이 안좋다 보니 시행사나 조합에서도 연기하자는 목소리가 있다”면서 “지역마다, 단지별로도 분양 일정이 계속 바뀌고 있는 실정으로, (최종 분양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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