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수년간 부동산 시장 급등기에 편승해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지식산업센터가 근래 찬밥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거래량이 반토막 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까지 속출하는 분위기입니다.
11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12월 말 기준) 서울 지식산업센터 매매 건수는 62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133건) 대비 절반에 가까운 44.6%나 감소했습니다. 또 누적 매매 금액은 5740억원으로 전년(8583억원)보다 33.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식산업센터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전후한 시점부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수익형 부동산치고 비교적 투자 금액이 저렴한 데다, 이 시기 정부의 아파트 규제가 심했던 탓에 상대적인 반사이익까지 거둘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식산업센터는 중과 기준인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전매제한이 없는 것도 장점으로 부각됐습니다. 특히 최대 80%까지 대출이 나와 저금리 시기에 적합한 상품이라는 평도 잇따랐습니다.
지식산업센터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지난해부터입니다. 기준금리가 가파른 속도로 오르면서 시중금리도 급등하고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역시 늘면서, 지식산업센터의 매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공급이 지나치게 많았던 점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의 신규 승인 및 등록 건수는 2020년 1213건, 2021년 1282건, 2022년 1464건으로 집계되며 매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피를 기록하는 지식산업센터도 속출하는 분위기입니다. 지식산업센터가 밀집한 경기 고양시 향동지구 일대 한 전용면적 48㎡ 상품의 경우 분양가가 약 3억원이었지만 이보다 5000만원 낮은 매물이 나왔습니다.
또 경기 양주시 옥정지구의 한 지식산업센터 전용 96㎡는 분양가가 3억9000만원이지만, 현재는 최대 1억원까지 떨어진 2억9000만원 선의 매물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일반 주택은 청약 및 대출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세금도 만만치 않은 문제가 있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규제가 훨씬 약한 지식산업센터로 눈길을 돌려야만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일반 주택 규제는 점차 풀리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굳이 지식산업센터를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식산업센터는 대도시나 도심 지역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상품이다. 그러나 요즘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등에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며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마구잡이식으로 공급이 이뤄져 외곽 지역의 지식산업센터 가격이 폭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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