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고강도 대출규제를 포함한 '6·27 부동산대출규제' 시행 이후 서울 전세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대출한도 등을 제한하는 추가적인 규제책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규제책까지 발표된다면 전세수요가 월세시장으로 이동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를 두고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주장과 주거비 상승을 초래해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모두 나오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 줄고 월세 매물 늘고…'전세의 월세화' 가속
11일 부동산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해 6월 12일부터 7월 11일까지 한달 동안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0.8%(4만4935건→4만4602건) 감소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토마토)
6·27 대출 규제 정책 중 △2주택자 이상 보유자 추가 주택 구입시 주택담보대출 금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금지 △수도권 주담대 실행 시 6개월 내 해당 주택 전입 등이 갭투자를 제한하자, 이로 인해 임대차 시장에 전세 매물 축소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편 전세 매물 감소는 월세 매물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사실상 갭투자가 막히다 보니 전세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전세 매물 감소는 전세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은 보증부 월세 시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실에 따르면 전세 매물이 감소한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1.2%(1만9288건→1만9529건)으로 늘었습니다.
전세시장의 거래심리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세거래지수는 30.2포인트로 6·27 대출 규제 전인 39.7보다 9.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전세거래지수는 100을 넘을수록 전세 거래가 활발함을 의미합니다.
반면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144.9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전세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정부가 전세자금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전세시장은 더욱 요동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토마토)
"전세 단점 보완해야" VS "주거비 상승으로 서민 타격 커"
이에 전세의 월세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를 두고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주장과, 월세 쏠림에 따른 주거비 상승으로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모두 나오고 있습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전세 대출도 일종의 신용대출인데 보증을 통해 전세 이자를 낮춰주는 등 제도적으로 월세보다 전세가 유리하도록 지원한 측면이 있다"며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가 균형 있게 존재하도록 유도하고,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의 구조적 위험성을 감안할 때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반드시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장 전세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월세 비중이 높아진다면 오히려 추후 월세 시장을 위한 별도의 정책을 꼼꼼하게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진형 교수는 "전세대출이 막히면 월세로 갈아타게 되는데 대출이자보다 비싼 월세를 내면 주거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주택실수요자들이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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