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안전관리 강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인력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받자 인력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GS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전체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5만2115명으로 전년동기(5만130명)에 견줘 3.9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사진=뉴스토마토)
구성원 면면을 들여다보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은 –0.02% 줄어든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14% 증가했습니다. 특히 DL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면 8개 건설사 모두 사내 비정규직 비중이 늘었습니다.
사내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은 건설사는 포스코이앤씨로 40.63%를 차지했으며 대우건설(37%), 현대건설(36%), 현대엔지니어링(34%) 등도 직원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으로 나왔습니다.
삼성물산의 경우 비정규직이 986명에서 1267명으로 1년 새 28% 뛰었고 대우건설은 정규직이 0.5%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은 25% 증가했습니다. 이밖에 지난해 플랜트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SK에코플랜트는 정규직원이 27% 줄어들고 비정규직은 24% 늘었습니다.
중대재해법 등 안전관리 강화 기조에도 비정규직 늘려
정규직 비중이 낮아지면서 평균근속 연수 역시 줄었습니다. 삼성물산의 남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2.6년에서 12.2년으로, 여직원은 9년에서 8.8년으로 내려갔으며 현대건설(13.6년→13.4년), DL이앤씨(13.3년→13년), GS건설(15.8년→15.5년), 롯데건설(11.3년→10.7년)도 떨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수주산업 특성상 하도급 구조를 띄고 있어 분양일정과 수주 중심으로 현장마다 프로젝트 계약직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단기간 근로자가 늘었다는 입장입니다.
(표=뉴스토마토)
한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사업 부문별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지도 관심입니다. 건설사들이 시장 악화에 대응해 신사업에 힘을 주기로 한 만큼 인력 쏠림이 있었던 주택 사업 부문 재편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현재 현대건설은 토목·건축 부문 정규직이 줄어든 반면 주택·플랜트 부문 인력은 소폭 늘었으며 DL이앤씨는 주택본부와 경영지원 인력(정규직·비정규직)을 각각 7.2%, 0.7% 늘린 반면 토목, 플랜트 인력은 각각 2.6%, 2.3% 줄였습니다. GS건설은 ECO사업을 신설하며 총 364명을 배치하기도 했지만 건축·주택 부문 인력 비중이 55%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여타 산업과 달리 건설업은 수주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데 특히 주택·건축부문에서는 현장 단위로 단기간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구조”라며 “인력은 늘 부족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보다는) 프로젝트별로 필요한 부분에 채용을 하는 형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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