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회의하고 억대 연봉"…건설사 사외이사 거수기 '여전'
주요 건설사 사외이사, 부결 안건 '전무'
평균 9.8회 이사회 열고 7400만원 받아
2023-03-14 06:00:00 2023-03-14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 표결에서 100% 비율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7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된 경영감시와 견제 활동을 하기 보다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상장 건설사 6곳의 작년 평균 이사회 개최 횟수는 9.8회로 집계됐습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사옥 전경. (출처=각사)
 
해당 건설사 이사진 1인당 평균 지급액은 7400만원입니다. 이들 건설사 이사회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는데 회의가 한번 열릴 때 마다 약 800만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긴 것입니다. 특히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해 6차례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1인당 평균 지급액은 1억4400만원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경영감시와 견제 활동을 해야 하는 이사회에서 제대로 된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실제 이들 건설사 이사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한건도 없었으며 보완이나 보류를 요구한 안건도 없었습니다.
 
삼성물산 역시 작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 △회사채 발행 및 특수관계인과의 회사 인수약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참여 등 22개 안건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반대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삼성물산, 1억4400만원 지급…이사진 연임도 
 
이는 사외이사가 없는 포스코건설이 작년 8차례의 이사회에서 △새천년종합건설(회원사) 탈퇴에 따른 지분인수 △부천 이마트 중동점 토지매매계약 체결(낙찰시) △서울 신당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사업비 대출 보증 제공 안건을 결의하며 추가적인 검토 필요성 등의 이유로 보류·반대 목소리를 낸 것과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출석률 또한 저조합니다. 삼성물산 사외이사 가운데 필립코쉐(Philippe Cochet) 이사의 출석률은 67%에 그쳤고 작년 3월 임기가 만료된 현대건설의 김영기 사외이사는 남은 임기 동안 열린 이사회 참석률이 50%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상 계열회사와의 대규모 내부거래 승인 등을 위해 8차례 이사회를 연 GS건설의 경우 이희국, 강호인 사외이사 출석률이 75%, 88%로 조사됐습니다.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회의를 많이 연 대우건설(15회)의 경우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대여금 집행 및 신용제공 △제53회 외화 무보증 변동금리부 사모사채 발행 △퇴직임원 처우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의 건 등을 의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양명석, 이인석, 임선숙 사외이사의 출석률은 각각 50%, 92%, 67%로 집계됐습니다.
 
주요 건설사 이사회 개최 횟수 및 보수, 승인안건 (표=뉴스토마토)
 
지속가능한 경영 vs 거수기 역할 한계 '논란'
 
작년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있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10차례 이사회를 열고 장기차입금 조달, 안전보건위원회 신설 및 규정 제정 등을 다뤘는데 이들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습니다. 사외이사 중 최규연, 권인소 사외이사 출석률은 각각 88%입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건설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도 사외이사진의 행보는 소극적인 셈입니다. 더욱이 건설사들이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에 대해 연임 결정을 내리면서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사외이사를 그대로 중용하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높은 연봉을 받는 사외이사가 경영 감시보다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우려는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삼성물산은 임기 만료를 앞둔 정병석 전 노동부 차관과 제니스 리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이상승 서울대 교수의 경우 재선임하기로 했으며 현대건설 역시 김재준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와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지낸 홍대식 서강대 교수를 3년 임기로 재선임할 계획입니다. 이밖에 HDC현대산업개발은 김주현 전 법무부차관을 3년 임기로 재선임하기로 했습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경우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회사 경영에 대한 관리 감독과 주요 안건 심의·의결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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