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건설 업황은 올해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주택매매시장 부진이 불가피한 까닭입니다. 건설사별로는 국내에 쌓인 미분양 물량 해소가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해외 수주와 친환경,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의 역량 강화가 실적을 좌우할 요인 될 것으로 보입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가운데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 등 5개 건설사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95조2675억원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예상 매출액(93조1590억원)에 견줘 2.26% 늘어난 수준입니다. 그러나 모든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남은 순이익은 4조4073억원으로 1년 전보다 6.11% 감소할 전망입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사옥. (출처=각사)
◆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 등 올해 순익 4조4073억
새해 들어 마수걸이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며 외형을 확대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원가 부담이 큰 데다 주택 경기 부진 등 수익성의 발목 잡는 요인도 산적하기 때문입니다. 건설사별로 보면 GS건설 순이익이 4784억원으로 전년(5695억원) 대비 16%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으며 현대건설(6310억원)과 대우건설(4817억원) 순익은 각각 15.4%, 7.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삼성물산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익 모두 1년 전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작년 삼성물산의 연간 예상 매출액은 43조3865억원으로 건설사 중 가장 높지만 올해 연간 매출액은 0.3% 줄어든 43조2756억원으로 추정됐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익은 각각 2조4232억원, 2조3623억원으로 2.7%, 1.0%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5% 하락한 6843억원에 그칠 것으로 나왔습니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규제완화에서 나서며 집값 하락세가 둔화됐지만, 매물 적체 장기화에 따른 임차인 우위 시장이 지속되면서 단기간에 주택 거래량 상승 전환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입니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55.8로 작년 말(59.3)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주택경기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비율로 기준선인 100을 하회하면 시장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표=뉴스토마토)
부동산 연착륙 대책 기대감에도 금리 인상과 투자 심리 위축,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상호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문제점이 산재해 있어 자금 유동성과 시장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 셈입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건설사 CEO들 역시 올해 건설 시장에 대해 '복합적 위기'가 도래했다고 평가하며, 신사업 안정화 등 미래성장 역량 강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운 상태입니다. 주택사업을 확대하기보단 건설업과 연계된 친환경,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 발굴과 수익성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복안입니다.
◆ 매수심리 상승 추세 전환 쉽지 않아…새 먹거리에 심혈
한편 중소·중견건설사 상황은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대형 건설사는 자체 보유한 현금으로 버틸 여력이 있지만 단순 도급 위주의 중소·중견 건설사는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경우 존립 자체에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실제 작년 하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는 182건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예상 순익이 5119억원으로 2.2% 감소할 전망이며, 아이에스동서와 SGC이테크건설의 순익은 각각 2100억원, 4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1%, 17.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택원가율 상승으로 작년 4분기 주요 건설사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하회할 전망"이라며 "주택원가율은 올해 상반기까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4분기 실적발표를 전후로 2023년 이후의 실적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올해 주요 건설사 신규분양은 업체별로 1만~2만가구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주택경기 둔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신규 분양 규모와 시기에 대해서는 변동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작년 연말 심화됐던 신용경색 문제가 완화되면서 건설주 투자심리는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라면서도 "올해 미분양 리스크 관리가 실적 증감의 핵심요소"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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