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인상과 파업에 따른 공사비 증액 여부를 놓고 이견이 빚어진 까닭입니다. 공사비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입주가 미뤄지거나 최악의 경우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시공사-조합 간 갈등 이어져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조합에 ‘공사기간 2개월 연장 요청’을 담은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이어졌던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공기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조합은 8월로 예정된 공기를 맞춰줄 것을 요구한 상태지만, 공기가 연장될 경우 추가 공사비가 투입될 수밖에 없는 만큼 공사비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마찰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삼성물산과 조합은 커뮤니티 시설 고급화와 설계 변경을 진행하며 투입된 공사비 1560억원 청구를 놓고 갈등도 빚고 있는 만큼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서울 시내 도심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던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셈입니다. 사업 수주 이후 공사비가 늘어난 곳은 래미안 원베일리뿐만이 아닙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사업 공사비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으며 작년 말 공급 예정이었던 ‘마포자이힐스테이트(공덕1구역)’은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기준에 견해로 착공신고가 미뤄지고 분양일정도 연기됐습니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신반포4지구 역시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을 겪다 최근에서야 21.15%(1979억원) 인상에 협의했습니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정비사업은 기존 31개동(3685가구)에서 29개동(3307가구)로 줄어들지만 도급계약 규모는 종전 9353억에서 1조1332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이밖에 GS건설이 단독 입찰한 상계주공5단지 역시 공사비와 공사 기간 증가에 따른 분담금으로 반발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원자재가격 인상에…GS건설·HDC현산도 공사비 인상 추진
업계에선 부동산 시장 환경이 급변한 탓에 2017년 전후로 수주했던 도시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공사비 인상에 대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에선 물가 상승분 등을 재반영해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조합 역시 금리 인상으로 사업비를 올릴 수 없다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제도가 도입된 2019년부터 작년 7월까지 수행됐던 54건의 검증사례를 보면 최초 시공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던 공사비 증액 규모는 총 4조6815억원이었지만, 공사비 적정성 검증업무를 수행하는 한국부동산원의 검증 과정에서 도출된 증액 공사비 적정액은 총 3조488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약 1조2000여억원의 격차가 난 것입니다.
민홍철 의원은 공사비 증액계약 시에는 반드시 조합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조합과 시공사 간에 신뢰가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물론 조합 입장에서도 비용 부담이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물가상승분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원가부담이 있을 때에는 공사비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라며 “자재 값이 오르고, 파업의 여파로 공기가 지연된 상황이기 때문에 상호 소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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