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올해 전국에서 35만가구가 집들이에 나서며 역전세난이 심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한데다 입주예정 물량까지 늘어나면서 전셋값의 하방압력이 커진 까닭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첫째 주(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8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0.92%)와 비교하면 하락폭이 다소 둔화된 수준이지만, 매매가격(-0.65%)에 비해선 낙폭이 크다. 수도권의 경우 경기도(-1.17%)의 하락폭이 가장 컸으며 서울과 인천은 각각 1.15%, 1.04% 내렸다. 임차인 우위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전세가격 추가하락을 기대하는 임차인들로 인해 매물호가 하향조정이 이뤄졌고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월세로 전환하는 수요도 많아진 결과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1.5로 지난주(70.2)보다 1.3포인트 상승했으며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1로 지난해 5월 첫째 주(91.1) 이후 8개월만에 반등했다. 정부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제외하고 대출·세금·청약 등 시장을 옥죄던 걸림돌을 없애면서 매수심리도 소폭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문제는 올해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역전세가 심화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연내 전국 총 554개 단지에서 35만2031가구(임대 포함)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작년보다 5.8% 증가한 규모다. 경기(10만9090가구), 인천(4만4984가구), 대구(3만6059가구), 충남(2만6621가구), 서울(2만5729가구) 등 순으로, 수도권 입주물량(17만9803가구)이 예정 물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구도심 정비사업 아파트와 검단신도시의 경우 입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전세입자를 못 구하는 등 자금조달 문제로 입주가 늦어지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정부가 실거주 의무와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전세가격의 하방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뉴스토마토)
청약 당첨자들이 제약 없이 전세를 놓을 길이 열리며 분양 잔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인 반면 전세 수요는 둔화하면서 매매가격을 떠받치는 전셋값이 집값 하락을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전셋값은 올들어 8억400만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는 지난해 6월 체결된 전세가격(15억8000만원)과 비교해 반토막 난 수준이다. 또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몰린 인천 검단신도시에는 1억원대의 전세 매물도 출현한 상태다.
한편 시장에서는 일부 공급이 많은 지역을 위주로 역전세난이 심화할 것이라면서도 깡통전세 피해 지원 등 정부 정책에 따라 시장이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단기간 전셋값이 많이 오른 지역들 중심으로 일부 역전세 현상들이 있다”면서 “그런 와중에 그 지역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게 되면 역전세 현상을 좀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최근 전방위적으로 규제 완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과 관련된 부분들을 풀면서 아무래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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