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선거제 개혁이 22대 총선판을 흔들 핵심 변수로 격상했다. 현행 소선거구제 개편은 거대 양당(국민의힘·민주당)의 '영호남 독식 완화'와 맞닿아 있다. 여야 지역구 의원들의 재선과 직결한 문제라는 얘기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언급한 이후 정치권에선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백가쟁명식 논쟁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현역 의원들의 치열한 눈치게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정치권은 선거구제 개편이 불러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재 여야 구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10석을 차지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그만큼 선거구제 개편의 효과가 큰 셈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소선거구제 폐단들이 많이 지적되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활발하게 선거구제도의 장단점을 토론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제도에 대한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에 힘을 실었다.
그는 "선거법상 선거 1년 전에는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돼 있어서 사실상 올해 4월까지 선거구제가 확정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논의해도 시간이 많이 빠듯하다"면서도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 중심으로 1차 논의, 필요하다면 정책의총을 열어서 선거구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도 지난 2일 "현행 소선거구 제도가 사표가 많이 발생해 국민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다"며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정개특위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그것을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3월 초순까지는 총선 선거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시간표도 제시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2∼4명의 당선인을 뽑는다. 가령 한 지역구 내에 갑·을·병으로 나뉘어져 있을 경우, 이를 합쳐서 한 지역구에서 3명을 뽑는 것이다. 소선거구제에서 낙선한 2위, 3위 후보들의 원내 진입을 용이한 제도다. 소수 정당의 정치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다만 여야 지역구 의원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의 경우 국민의힘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지만,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울산) 등에선 야당에 자리를 뺏길 가능성이 크다.
중진 의원과 초재선 의원들의 온도 차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같은 지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중진 의원과 초선 의원 중 누가 더 (공천) 기회를 많이 가져가겠나"라며 "다당제가 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도 환영의 목소리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결사반대를 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당장 내년이 총선인데 지금 국회에서 과연 실현이 되겠느냐.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김 전 위원장은 "중대선거구제를 가야만 다당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영호남 갈등이 중대선거구를 한다고 해서 해소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대선거구를 해도 호남에서 또 민주당이 다 돼버리고, 영남에서 국민의힘이 다 돼버리면 똑같은 결과"라고 잘라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그 점(중대선거구제)에서는 생각이 일치했다. 국가 일은 안 하고 동네 일만 하는 골목 정치, 호남은 민주당 하는 식의 지역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중대선거구제"라고 동의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하 의원은 "당에 (중대선거구제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다. 근데 반대하는 의원들은 비윤(비윤석열)이 된다"며 "(비윤이 되면) 공천 문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 중대선거구제를 관철하는 것이 지금 당의 과제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사견을 전제로 "중대선거구는 사실상 거대 정당들이 나눠먹기하기에 훨씬 편리한 제도"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그는 "대통령제하에서는 소선거구제가 훨씬 궁합 맞는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서 소선거구가 무슨 승자독식인 것처럼 대안이 중대선거구제인 것처럼 포장되는 것은 전체의 뜻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희상 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3대 개혁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원천적으로 정치개혁"이라며 "정치개혁의 요점은 바로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한 개헌에 있다. 난 헌법 자체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찬성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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