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윤 대통령, 여론 부담에도 MB 사면 강행…국정농단 세력도 포함
정치인에 방점, 경제인은 제외…윤 대통령 "국력 하나로 모으는 계기 되길"
민주당 "이명박 부패세력과 박근혜 적폐세력을 풀어준 '묻지마 대방출', 적폐 수사 주도자가 윤 대통령"
2022-12-27 14:41:44 2022-12-27 21:54:53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137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사면에다 복권까지, 김 전 지사는 복권 없이 잔형 집행만 면제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연말 특별사면 대상자들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 내 처음으로 단행한 광복절 특사가 경제인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여야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면을 통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사면 대상과 범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면 대상자 중에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농단에 연루됐던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조윤선 전 정무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복권됐다.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에도 관여한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이름을 올렸다.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이명박정부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야권에서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특별사면은 28일 0시로 시행된다.
 
관심을 모은 경제인 사면은 없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특별사면 브리핑에서 "지난 광복절 사면 때 정치인, 공직자를 배제한 경제인 위주의 사면이 이뤄졌다"며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사면을 통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가 국민통합에 있다는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사진=연합뉴스)
 
여론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어, 윤 대통령도 적지 않은 부담을 지게 됐다. 지난 23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선거 및 사회현안 66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국민 절반이 넘는 54.3%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연말 특별사면을 반대했다.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8.7%에 불과했다. 특히 보수의 심장부인 영남에서도 사면 반대 여론이 우세해 윤 대통령의 부담을 키웠다. 대구·경북(TK) 찬성 41.6% 대 반대 44.2%, 부산·울산·경남(PK) 찬성 42.9% 대 반대 49.0%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대통령은 횡령 및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만기 출소 시점은 이 전 대통령이 95세가 되는 2036년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언급했다. 고령인 데다, 전직 대통령의 장기 수감은 국가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공개적으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했으나 갈등 끝에 불발됐다. 이후 지난 광복절 특사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이 유력하게 전망됐으나 낮은 국정 지지율과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어야 했다. 때문에 광복절 특사는 정치인은 배제한 채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경제인 위주로 단행됐으며, 그 폭도 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복역 중인 김 전 지사를 사면하면서 내년 5월까지였던 잔여 형만 면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 전 지사는 복권이 되지 않아 2028년 5월까지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앞서 김 전 지사는 "MB 사면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며 가석방 불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이번 사면은 국민 통합적 관점에서 대상 사안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사면권자의 결단이고, 대상자 의사에 전적으로 좌우될 일은 아니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선 "대상 사안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대선 과정에서의 규모가 큰 여론조작 사건이었고 대상자의 지위와 역할, 사건이 발생한 시점, 유사한 사건에 대한 사면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에는 잔형 집행만 면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양금희 국민의당 대변인은 야권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복권을 비판하는 데 대해 "갈등을 벗고 통합을 지향하는 윤 대통령의 결단을 구태 정치로 더럽히지 말라"며 "이번 사면은 통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반면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부패세력과 박근혜 적폐세력을 풀어준 '묻지마 대방출' 사면"이라며 "적폐 수사를 주도했던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이다. 그런 점에서 심각한 자기 부정"이라고 혹평했다. 윤 대통령은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으며, 적폐청산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올랐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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