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합종연횡을 주목하라."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함에 따라 당권 레이스의 막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호소하는 김기현 의원과 '원조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의 이른바 '김장 연대'가 당내 합종연횡에 불을 지피면서 각 주자들의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알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오는 3월8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결선투표를 실시하더라도 최종 결과 발표가 비대위 임기 만료일인 3월12일 이전에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며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했다
이날 정 위원장은 선거관리위원장직에 유흥수 당 상임고문을 임명했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유흥수 전대 선관위 위원장 위촉안을 만장일치로 체결했다"며 "입법 행정 외교 분야에 걸쳐 통섭하며 국가를 위해 평생 헌신해오신 공직자분이자 당의 원로"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 고문이 정치를 그만두신 지 꽤 오래됐다. 아마 대표 후보들도 유 고문을 아시는 분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그만큼 공정성 유지할 수 있단 점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다"고 부연했다. 유 고문은 전두환정권 때 치안본부장(현 경찰청장)을 지냈다.
앞서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지난 24일 새벽에 처리되자 본격 전당대회 모드로 전환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주에 '당원투표 100%' 등 룰 개정을 마무리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우선 전당대회 경선 룰(규칙)을 '당원투표 100%'로 개정한 것에 대해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처럼 당권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고 믿고 있다"며 "당원 선거인단 (100%)투표는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대 룰 개정이 정당민주주의 원칙을 바로 세운 우리 당의 결단"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김기현 전 원내대표가 지난 10월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기도당 고양시(갑) 당원협의회 당원연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심 100% 룰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을 흔들자, 당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김장 연대'를 본격화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BBS라디오에서 김장연대로 인한 당내 견제에 대해 "견제받는 거 없다.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많이 칭찬해주신다"라면서 "공식화한다 그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과의 연대설을 부인하지는 않는 김 의원은 오는 27일 공식적으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다. 김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가 처음 언급됐던 올해 중순부터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뜻을 내비쳐왔다.
그러자 다른 당권주자들의 견제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특히 높은 대중성을 가진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출격을 확실시했다. 이 두 사람은 높은 인지도와 확장성, 수도권 출신을 내세우며 총선 승리 이끌 후보를 강조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방을 돌며 당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최근 경북과 부산을 중심으로 당원들을 만난 안 의원은 이날 세종 당협 당원 간담회와 대전 서구갑 당협 당원 강연을 하며 당심 행보를 이었다. 앞서 부상 사고가 있었던 안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한 분이라도 더 열심히 만나 뵈러 다니는 중 부딪혀서 상처가 났다. 그러니 영광의 상처"라며 "당대표가 되면 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총선승리의 약속 꼭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 종일 경북에서 당협 강연 일정 다 하고, 마지막 구미을 강연 전에 구미 순천향병원 가서 수술한 것"이라며 "당원분들 만나는 걸 워낙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 역시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경주 당협 당원 교육 등 활동을 게시하며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당대표 되세요'"라며 당권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나 부위원장은 각종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당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어느 당권 주자와도 연대하지 않겠다"며 단일화 움직임에 선을 긋고 나선 상태다.
친윤(친윤석열)계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유승민 전 의원도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세상 중심에 윤 대통령이 있는 것처럼 '친윤(친윤석열)', '비윤(비윤석열)' 하는데,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하다가 우리 당이 망했다"며 다시 한 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유 전 의원은 설령 당대표가 좌절돼도 '윤석열 대항마'로서의 입지 굳히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소인배 정치를 하지 말고 대인배 정치를 해 달라"고 촉구한 유 전 의원은 당대표 출마에 대해 '아직 결심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당대표가 된다면 혁신과 변화, 20년 전 국민의힘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국민의힘을 만들겠다"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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