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 추진과 관련해 "개혁이라고 하는 건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며 개혁의 당위성을 '미래 세대'에서 찾았다. 특히 전임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차별화 차원에서 개혁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를 주재했다. '국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생중계된 이날 회의에서는 '경제와 민생', '지방 시대의 비전과 전략', '3대 개혁과제'(연금·노동·교육) 등이 주제로 다뤄졌다. 윤 대통령이 직접 100명의 국민 패널들 질문에 답하거나, 소관 부처 장관들의 발표에 부연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가 생중계된 건 지난 10월27일 제11차 비상민생경제회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은 미래 세대가 일할 의욕을 상실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노동개혁은 미래 세대에게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라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교육개혁에 대해선 "미래 세대가 그야말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고 했다.
노동시장 개편에 대해선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노동 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버리게 되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 수요에 따른 유연성 △노동자 보상체계 공정성 △노동자의 직장 내 안전 △노사관계의 안정성 등을 노동시장 개편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 "매일 자고 일어나면 쟁의하면 (노사)양쪽 다 손실이 크다"며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지고 가기 위해서는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화물연대 파업이 국민과 많은 기업에 어려움을 줬다"며 "국민들이 지켜보며 이런 식의 문화가 앞으로도 지속돼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은 분이 했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경감해 시장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임차인들이 저가에 임차를 할 수 있도록 그런 여건을 만들어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완화하겠다고 하는 것도, 주택은 내가 사는 집 아니면 전부 임대를 놓게 돼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중과세를 하게 되면 결국은 임대 물량에 대해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세 임차인에게 소위 세금의 전가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제가 정부를 맡기 전까지는 공급과 수요 측면에 이런 불합리한 복합규제 때문에 집값이 너무 천정부지로 솟고 거래물량이 위축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논리에 따라야 하지만, 정부는 그 완급을 잘 조절해서 좀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문제가 정치논리나 이념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빌라왕' 사망과 관련해 '세입자 합동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를 통한 지원 방침을 밝혔다.
건강보험 개혁 방향과 관련해선 선량한 가입자의 피해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도덕적 해이가 다른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그걸 없애고 보험제도를 다시 정의롭게 만들겠다는 뜻"이라며 "나와 가족 중에 정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그 돈(치료비)을 걱정하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래 취지대로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도덕적 해이를 '문재인 케어'의 결과물로 인식하며 차별화도 시도했다. 그는 "소위 '의료쇼핑'이라고 해서 일 년에 병원을 수천 번 다니시는 분이 있다. 또 고가의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같은 것을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좀 제대로 이런 것을 심사 평가를 제대로 해서 보험 가입자들이 공평하게 중증질환, 필수의료에 대해서 제대로 지원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여성 대상 범죄 대응 방안과 관련해선 "장기계획으로 천천히 가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아주 매우 신속하게 여성이 불안해하지 않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당동 사건이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인데, 한 분이 처참하게 살해되고 피해를 입었다"며 "이런 여성에 대한 성범죄 스토킹, 폭력 범죄는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실체법, 절차법적인 제도들을 아주 촘촘하게 설계하고 피해자 지원 시설과 지원 방안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마약 범죄와 관련해선 "10여년 전에는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라고 했다"며 "어느 때부터 검찰은 손을 놓고 경찰만 이 업무를 다 부담하다 보니까 정보나 수사 협업에 있어서 효율이 많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마약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국가가 단속을 안 했다는 얘기다. 사실 좀 부끄러운 얘기"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또 "고등교육은 국가 경쟁력의 발원이자 요체"라며 "고등학교 교육부터 시작해서 대학으로 넘어가는 고등교육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향으로는 "민간이나 기업이나 이런 데서 많이 지원하면 좋은데, 국가가 요령 있게 잘 지원하되 그 대신 간섭하지 않고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한 전문가로부터 '교육 얘기는 안 하는 게 득표에 도움된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언급하자 장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또 안동대학에 가서 학생들과 만나 컴퓨터 교육을 강조했더니 인문 교육이 불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오해를 받았다며 "가치 지향성이 없는 과학과 산업이 어디 있겠냐. 오해"라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러닝메이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방 균형발전과 관련해서도 "핵심 중의 핵심은 결국 교육 문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은 사람을 따라가고, 사람은 정주 환경을 따라가는데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게 학교"라며 "대기업이 지방에 갔는데 그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수도권 아이들 못지않게 경쟁력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고 하면 당연히 간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인수위 당시 한 광역 도지사가 자기 지역에 땅을 많이 제공할 테니 기업이 공장도 짓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한 것을 언급하며 "그랬더니 (다른 단체장들이)'거기에는 땅을 공짜로 줘도 안 갑니다' 이러더라. '왜 안 갑니까' 하니까 '직원들이 안 따라옵니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에 좋은 중·고등학교나 지방대 등 교육시설이 있다고 하면 좋은 기업들이 많이 내려오고, 그 인재 상당수는 거기에 남을 수 있다"며 "쭉 살아온 데 있는 것이 혜택과 비교우위가 많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이야말로 심도 있는 연구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의 완성판이 나오도록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연금개혁이라는 게 우리의 미래 세대가 정말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게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문제"라며 "과거 정부에서 연금 얘기를 꺼내면 표가 떨어진다, 여야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연금 얘기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안 됐고 지난 정부 때는 아예 얘기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에서는 연금 개혁의 완성판이 나올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와 공론화를 충분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제가 후보 시절에나 당선인 시절이나 정부를 맡은 이후에나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자유민주주의, 자유와 연대,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좋은 얘기 같은데 구체적으로는 잘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런 분들이 많으셨다"면서 "오늘 얘기 나눈 것들 잘 보시면 이것이 자유, 선택의 자유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연대 의식, 이 자유의 공통 분모가 되는 법치, 이런 것들이 정부의 국정과제와 국정철학을 일관하고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획일성이라든가 평등성이라든가 이런 것보다 선택의 자유를 존중함으로써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균형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문화의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을 충족시킴으로써 자유와 연대의 철학이 국정 전반에 녹아있다고 하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또 "연금 문제는 정말 초당적이고, 초계층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연금개혁에 관한 논의와 최종안을 소환해나가는 안이 우리 대한민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 자체가 국민통합 과정이 되기를 바라고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