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주택 매매시장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경매 낙찰율(경매물건 중 낙찰된 물건의 비율)이 21년 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감정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인식이 높아진 데다 잇단 금리인상으로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진 결과다.
12일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현재 서울에서 낙찰되거나 경매를 진행하는 아파트는 총 168건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오는 15일 경매를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를 비롯해 서초구 래미안서초에스티지에스, 여의도 시범 아파트, 청담 자이 등 '똘똘한 한채'가 다수 포함됐다.
서울 시내 도심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그러나 다주택자 매물 적체와 매수세 위축으로 집값이 빠지고 있어 물량 소화가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 나온 물건은 162건으로 이 가운데 23건이 낙찰됐다. 평균 낙찰율은 14.2%로, 10가구 중 9가구가 유찰됐다. 낙찰율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법원이 휴정한 기간을 제외하면 지지옥션이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21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2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80%로 경매 시장에 들어서기만 하면 팔렸지만 올해 들어서는 부동산 매매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면서 경매시장 아파트 매수세도 자취를 감춘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매매 시장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똘똘한 한 채조차 외면을 받고 있는 상태다. 감정가 25억2000만원에 나온 서초구 방배2차 현대홈타운 전용 115㎡의 경우 2차례 유찰됐으며 강남구 도곡1차 아이파크 전용 84㎡(19억8800만원)와 타워팰리스 전용 163㎡(40억원)이 낙찰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단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의 경우 5년 만에 경매 시장에 등장했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역시 유찰됐다. 하반기 경매에 나온 아파트의 감정가는 상반기에 책정된 가격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감정된 까닭이다.
부동산 경·공매 정보를 제공하는 '탱크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물건의 평균 감정가는 약 10억3843만원으로 연초(8억4305만원)보다 높게 책정됐다. 같은 기간 전국 경매 시장의 평균유찰 횟수는 1.6회에서 1.72회으로 늘었고, 서울 지역은 1.72에서 1.77회로 올랐다.
서울 아파트 진행건수 및 낙찰가율, 낙찰률.(표=지지옥션)
지역을 확대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집을 처분하는 소유권이전(강제 경매로 인한 매각)건수가 올들어 11월까지 5176건으로 작년보다 17.3% 증가한데다 임의 경매 개시결정등기를 신청한 부동산 또한 작년보다 3.4% 늘어난 2만1873건에 달해서다.
업계에서는 금리인상이 이어지고 강남권 블루칩들까지 외면을 받으면서 연말 경매 시장 냉각기도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현재 경매 시장 아파트 낙찰율과 낙찰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상과 매매 시장에서의 거래 위축이 경매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또 “매매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서 수개월 전에 매겨진 이 감정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매 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내년에도 높은 대출 금리가 유지가 된다면 경매시장 아파트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계속되면서 낙찰율과 낙찰가율 역시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