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 중단으로 대통령 참모진이 남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부에서는 "땡큐 MBC"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대통령실 참모와 MBC 기자 간 불미스러운 설전이 도어스테핑의 전격적인 중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간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도어스테핑은 '계륵'이라는 평가가 컸다. 도어스테핑이 소통의 상징이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의 주요 명분으로 작용했으나, 윤 대통령의 즉석 발언이나 해명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윤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한 것을 두고 비선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라고 해명해 사적 인연을 부추긴 셈이 돼 버린 적도 있었다.
정책 혼선도 빚어졌다. 지난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 52시간 개편 검토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정부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말해, 기업 등 노동 현장이 일대 혼란을 겪는 소동도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언론에 보도된 고용부 발표안을 최종안으로 잘못 이해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노동부에서는 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지난 5월10일 취임 후 6개월 동안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실과 정부 각 부처, 여당인 국민의힘 등에서는 어떤 언급이 있을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였다. 여권 일각에선 직간접적으로 도어스테핑의 중단의 필요성도 제기했으나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도 많이 계셨지만, 도어스테핑은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그렇게 윤석열정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아가던 도어스테핑이 전격 중단됐다. 그러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참 잘한 결정"이라며 "국민과 가까워지려는 대통령의 뜻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마음 졸이며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반겼다. 대통령실 한 참모도 "솔직히 아침마다 마음 졸였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간 참모들은 자주 질문을 던지던 기자들을 대상으로 예상 질문을 뽑기도 하는 등 아침마다 분주했고, 홍보수석실은 도어스테핑에서 확인된 윤 대통령 기류에 반하는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는 민심과 멀어지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역시 22일 한 라디오에서 "나는 사실 도어스테핑에 처음부터 반대했던 사람"이라며 "'도어스테핑을 언론 자유와 똑같이 보면 안 된다.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입장을 정권 초기부터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언론의 속성상 가장 자극적인 걸 물어볼 수밖에 없다"며 "모든 논의의 중심이 굉장히 가벼운 주제로 해서, 하루종일 그게(대통령 발언) 논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의원도 "도어스테핑에 따라 지도부 발언이 바뀔 정도로 매일 아침 용산을 바라봤던 게 사실"이라며 "암묵적인 지침으로도 인식됐다"고 털어놨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여권 기류를 반영해 "MBC가 큰일을 했다. 대통령 비서실장도 '도어스테핑 자제하고 중단합시다'고 못 말렸다고 한다"며 "아침마다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그런 도어스테핑에 참모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런데 MBC가 최종적으로 중단하게 했다"고 비꼬았다.
도어스테핑 재개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어스테핑은 그 취지와 목적에 걸맞게 지속가능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난 금요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거나 더 혼란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 할 것이다. 저희나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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