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대통령 출근길 기자문답 전격중단…소통에서 '단절'로, 가림막도 설치
대통령실 이전, 주된 이유 '소통'이었는데…MBC도 사생결단 정면대결로
2022-11-21 16:28:45 2022-11-21 21:30:21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부터 출근길 기자들과 주고받는 문답, 이른바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전격 중단했다. 이유로는 대통령실 참모와 MBC 기자 간 불미스러운 설전을 들었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용산시대를 열었던 주된 이유가 '소통'이었다는 점에서 도어스테핑 중단에 따른 '단절' 벽이 쳐졌다는 평가다. 실제 대통령실 1층 현관 입구에 가벽이 설치됐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11월21일(월)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댔다. 또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주말에 대통령실 주 출입구인 1층 현관 안쪽에 나무 합판으로 만든 가벽이 생겼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대통령실 출근길에 동남아 순방 과정에서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MBC 기자가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라고 항의성 질문을 건넸지만, 윤 대통령은 답을 하지 않고 집무실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 있던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대통령 뒤에다 대고 말하면 어떡하냐'는 취지로 질타했고, MBC 기자가 항의하면서 거친 설전이 벌어졌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10가지 이유를 들어 MBC의 악의적 행태를 주장했다. 무엇보다 지난 9월 미국 순방과정에서 있었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자막("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을 입혀 첫 보도한 것에 대한 불쾌감이 완연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에 대해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었으며 비속어의 대상도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라고 해명했다. 
 
소통의 상징이었던 도어스테핑의 전격 중단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호적이질 않다. 오히려 단절 선언으로까지 인식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언론을 상대로 한)공갈"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아무 것도 아닌 좁쌀을 크게 문제를 만들어 가면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당내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대통령 스스로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이를 중단한다니"라며 "국민과의 소통이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적었다. 유 전 의원은 앞서 "말실수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면 됐을 일"이라며 "왜 자꾸 논란을 키워가는지 안타깝다"고 한 바 있다. 
 
용산 대통령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3월20일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이전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광화문 공약은 무산됐지만 권위와 단절의 상징인 청와대만은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1층에 기자실을 둔 이유도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윤 당선인은 당시 "물리적 공간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의지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집무실 1층에 프레스센터(기자실)를 설치해서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도어스테핑에서 불편한 질문에 답을 하지 않거나, 질문을 중간에 끊는 등의 일방적인 모습을 종종 보였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이후 대통령실 해명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매일 아침 펼쳐지는 출근길 문답은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됐다. 윤 대통령 역시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출근길 문답으로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도 많이 계셨지만, 도어스테핑은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윤 대통령 언급처럼 여권 내에서는 도어스테핑 중단 요구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대통령이 현안마다 도어스테핑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게 적절하냐는 게 주된 지적이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갖는 파급력을 감안할 때 도어스테핑을 통해 세부적인 언급을 하게 되면 이는 지침이 돼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의 운신의 폭을 좁힌다는 설명이었다. 이로 인해 모든 부처와 여당, 대통령실이 도어스테핑만 쳐다본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실제 도어스테핑을 통해 윤 대통령 의중이 확인되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회의 내용이 달라진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때로는 정책의 혼선도 빚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에 대해 "때늦은 감은 있지만 참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홍 시장은 "대통령의 국정 능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파이널 디시전(최종결정)을 하는 대통령이 매일같이 결론을 미리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국민과 가까워지려는 대통령의 뜻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마음 졸이며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여야는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도어스테핑 중단 원인은 MBC의 훌리건적 작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민과 소통을 위해 마련한 자리가 훌리건 난동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며 "반성과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도리어 자신에게 무슨 잘못이 있냐며, 운동권 점거 농성에서나 볼 수 있는 '샤우팅'을 했다"고 MBC를 맹비난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도어스테핑이 일부 함량 미달 언론의 악의적인 난동질로 인해 오늘 자로 중단됐다고 한다. 부득이한 조치"라고 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도어스테핑 장소에 기자와 설전 직후 보안을 빌미로 이 정권의 불통과 오기를 상징할 가림막을 세우고 도어스테핑마저 중단한다니 참으로 점입가경"이라고 혀를 찼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설치한 것은 언론용 가림벽이 아닌 국민을 향한 오만의 벽, 불통의 벽, 옹졸의 벽"이라고 적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도어스테핑 중단의 원인을 MBC에 국한시킴으로써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 분열을 획책하는 노림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MBC는 20일 '스트레이트' 방송을 통해 윤 대통령 내외와 가까운 무속인 천공을 집중조명해 대통령실과 정면대결을 이어갔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