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의 아이러니①)재건축 마천루 시대 열렸다
잠실·은마·시범 이어 목동까지…초고층 아파트 시동
최고 68층 설계안도 나와…부동산 시장 위축이 기회로 작용
2022-11-21 06:00:00 2022-11-21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서울 아파트 성장판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서울시가 강남과 여의도에 이어 양천구 목동까지 재건축의 물꼬를 터주면서 상냥갑 같았던 아파트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어서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하방압력이 재건축·재개발에는 기회로 작용한 모습이다.
 
특히 서울시가 연초 ‘2040 서울플랜’을 통해 35층 높이 제한을 폐지하면서 한강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시곗바늘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월 도시계획원회 심의를 통과한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최고 50층)를 시작으로 압구정·여의도·이촌 등 한강변 주요 재건축 단지의 초고층화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3년 자연경관을 살리는 도시설계 차원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로, 한강 수변 연접부는 15층 이하로 층고를 억제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다양한 도시 모습을 담아내려면 유연한 도시계획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 본 시범아파트 일대. (사진=백아란기자)
천편일률적인 단지가 아닌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상해의 동방명주, 두바이 버즈 칼리파, 런던의 빅벤과 런던아이(관람차). 세계 주요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초고층 빌딩과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그 일환으로 여의도의 대표 노후 단지인 시범아파트의 경우 이달 7일 서울 대규모 재건축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신속통합기획안이 통과됐다. 총 2500가구로 재건축될 시범아파트는 최고 65층까지 지어지는데 인근 학교 변에는 중저층을 배치해 한강 조망을 위한 통경축을 확보하고, 높고 낮은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스카이라인으로 탈바꿈 한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다.
 
여기에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을 비롯해 압구정 현대와 한양,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등도 초고층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동시다발적으로 서울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스카이라인이 다시 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달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19년 만에 도시계획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최고 35층, 5778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목동 아파트 또한 ‘목동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결정안’이 수정·가결되며 최고 35층, 5만3000여가구로 탈바꿈을 앞두고 있다.
서울 주요 고층 추진 단지 현황(표=뉴스토마토)
 
이밖에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된 서울 강북구 미아 4-1 구역은 최고 22층 높이의 아파트 단지로 재탄생을 추진하고 있으며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시공권을 따낸 GS건설은 층수 제한 해제를 전제로 최고 층수를 68층으로 한 설계안을 내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요 지역의 스카이라인과 도시경관 개선 등 초고층화 규제완화 기조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정비사업이나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이나 가격이 바로 탄력을 받거나 반등하는 등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중점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성공사례를 이끌어내고 확대된다면 서울 주요 지역의 스카이라인과 도시경관의 변화도 기대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신통기획안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공성이 부여되고,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는 방식이지만 현재는 거시경제 상황이라든지 부동산 시장의 위축 이런 것들로 봤을 때 (시장 회복 등에 있어) 속도를 내는 것은 조금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진단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한국부동산원 기준)가 69.2로 붕괴되는 등 2012년 8월 첫째주(67.5) 이후 10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집값의 가파른 하락세와 금리 인상 기조가 여전한 까닭이다.
 
송 대표는 다만 “정비사업이나 규제 완화는 가격 급상승과 같은 주택 가격 불안으로 번질 우려를 갖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이 안정화 단계나 하향 안정화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신통기획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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