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에 분양시장 한파가 대형 건설사에게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아파트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 불확실성과 미분양 확대가 발목을 잡으면서 건설사들이 보유한 브랜드 프리미엄이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건설·GS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전국에 공급한 아파트 분양 가구는 총 7만4253가구(민간·공공임대 제외, 재개발·재건축·조합 포함)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건설사들이 공급한 15만2912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올초 건설사들이 공급 목표로 내놨던 24만여가구에 견주면 3분의 1수준이다. 지난 9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4만1604가구로 전월 대비 8882가구(27.1%) 증가하는 등 매수세가 메마르면서 대형 건설사 역시 분양 시기를 조율한 결과로 풀이된다.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사진=뉴스토마토)
대형 건설사의 1순위 단순 평균 경쟁률은 20.6대1로 같은 기간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 의 1순위 평균 경쟁률(11.44대 1)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다만 1군 건설사 브랜드를 내걸고도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지역별로는 양극화 흐름이 나타났다.
실제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경기도 의왕시에 짓는 '인덕원자이SK뷰'의 경우 전체 2633가구 중 899가구가 일반분양분이었지만 잔여 물량(508가구)가 미계약됐다. 지난 9월 청약 당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4.17대 1을 기록했지만, 무순위 청약에서는 미달이 나온 것이다.
특히 GS건설은 대구역자이더스타, 두류역자이, 음성자이센트럴시티, 범어자이 등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받았으며 DL이앤씨와 DL이앤씨가 공동 시공하는 ‘e편한세상 부평역 센트럴파크’ 역시 미분양이 발생해 무순위 청약접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분양에 나서기만 하면 완판행진을 이어가던 브랜드 아파트들이 청약 혹한기를 피해가지 못한 셈이다. 입지별로도 차이가 났다. 지난 5월 경기 시흥에 공급된 'e편한세상 시흥장현 퍼스트베뉴'는 67가구를 모집하는 일반공급에 총 1만2726건이 몰렸다. 'e편한세상시흥장현퍼스트베뉴'의 전체 청약 경쟁률은 189.94대1로 대형 건설사 중 가장 높다. 장현지구 내 최초의 e편한세상 브랜드 단지로 공급된 데다가 14%의 낮은 건폐율이 이목을 끈 것이다.
시평 상위 10대 건설사 중 올들어 10월까지 청약경쟁률 낮은 10개 단지.(표=뉴스토마토)
반면 대우건설이 분양한 음성푸르지오마크베르는 0.08대1로 가장 낮은 경쟁률을 세웠다. 총 644가구로 구성된 음성푸르지오마크베르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아 3.3㎡당 995만원과 중도금 전액 무이자, 계약금 1차 1000만원 정액제 등 혜택을 내놨지만, 미분양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밖에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더샵달서센트엘로(0.09대1)와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양한 힐스테이트서대구역센트럴, 힐스테이트칠성더오페라도 각각 0.14대1, 0.15대1로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롯데건설의 달서롯데캐슬센트럴스카이(0.25대1),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산2차아이파크(0.27대1) 등도 청약이 부진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1군 건설사라도 브랜드별 분양가와 입지 조건 등에 따라 옥석가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거나, 알짜입지가 아닌 곳은 미달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올해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단지들은 역세권 입지와 합리적인 분양가, 브랜드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단지들이었다”면서 “금리인상과 집값 하방 압력이 강해지면서 선별 청약이 심화되고 있는 시장분위기 상 비교적 자금력이 탄탄하며, 입주 후 미래 가치(브랜드 프리미엄)를 기대 할 수 있는 건설사에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