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윤 대통령, 사과 없이 3번째 조문…총리마저 '실언'
이상민에 한덕수마저…빗발치는 경질 요구에 '한숨만'
2022-11-02 16:52:09 2022-11-02 21:28:46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또 다시 찾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1일 녹사평역 광장 합동분향소에 이어 이날 세 번째로 합동분향소를 조문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애도기간 내내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릴 것으로 전해졌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56분쯤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이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헌화 및 분향 후 잠시 국화가 놓인 단을 바라보다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일행들과 함께 묵념했다. 윤 대통령은 묵념이 끝난 뒤 잠시 국화가 놓인 단을 돌아보면서 그 위에 놓인 희생자들의 사진과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메시지 등을 살폈다. 합동분향소에 2분가량 머무른 윤 대통령은 별도의 조문록을 작성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윤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이어갔지만,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 사과 여부에 "대통령께서는 여러 회의 때마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 안전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계신다"며 "사고 직후 대국민 담화에서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사고 관련해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고,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계시다"로 답을 대신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에도 "현재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때"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실언은 계속됐다. 이번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농담을 하고 웃음까지 보이는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한 총리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자청해 2시간20분가량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외신들은 외국인도 26명의 희생자가 발생함에 따라 실시간으로 속보를 전하는 등 이태원 참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제가 된 장면은 간담회 시작 30여분 쯤에 나왔다. 미국 NBC 기자는 "젊은 친구들이 그곳에 있던 것이 잘못된 것인가. 한국 정부의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한 총리는 "젊은이들의 잘못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경찰 수사에 의해서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건 정부의 무한책임"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해당 답변에 이어 동시통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자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의 안일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이날 간담회는 '이태원 사고 외신 브리핑'으로 표기돼, '참사'가 아닌 '사고'로 규정하는 정부의 책임 회피성 기조를 이어갔다. 정부는 '희생자' 또한 '사망자'로 명명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2일 해명자료를 내고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 설치된 사고수습본부에서 대책회의를 마친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등이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이상민 장관도 지난 30일 긴급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이 책임 회피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 발생 4시간여 전부터 112 신고가 빗발쳤는데도 경찰이 이를 묵살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참사 현장이 관할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고 말해, 모두의 귀를 의심케 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및 윤희근 경찰청장의 즉각 파면을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수습이 먼저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이 장관과 윤 청장 등의 경질과 참모진 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잇단 실언으로 성난 여론을 부채질하면서 문책성 조치가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 경질론에 대해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어제 경악할 만한 장면을 봤다"며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할 총리께서 외신 기자 간담회를 하면서 농담을 했다. 농담할 자리냐"고 따졌다. 이 대표는 "현재 정부 고위 책임자들의 태도가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 최고 수장으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이 요구는 최소한의 요구"라며 "진정한 애도와 재발 방지는 분명한 책임을 묻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한 총리에 대해서도 "외신 기자들 앞에서 농담을 곁들여 이번 참사가 제도 탓이라고 미뤄서 빈축을 샀다"며 "이제 더 이상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 직무유기로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에게 원인 규명과 대책을 맡길 수 없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안철수 의원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두 사람의 책임을 물었고, 같은 당의 이언주 전 의원은 이상민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과에 대해 "엎드려 절 받는 듯한 느낌"이라며 "매를 버는 듯한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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