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윤 대통령, 8월 물난리 때와는 달랐다
첫 사고 신고 접수 1시간 만에 지시…이상민 발언에는 여야 모두 질타
2022-10-31 15:04:55 2022-10-31 21:10:4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조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수습은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물난리 때와 달랐다. 윤 대통령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밤부터 31일까지 사고 수습을 지휘하며 기민하게 대응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밤 11시30분쯤 "모든 관계기관은 신속한 구급 및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첫 사고 신고가 접수돼 구급차가 출동한 지 1시간여 만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0일 브리핑에서 "어제(29일) 사고가 22시15분에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거의 즉시, 대통령은 사고 발생 보고를 접한 후에 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지시사항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30일 0시15분쯤 보건복지부에 "응급의료팀(DMAT) 파견과 인근 병원의 응급 병상 확보 등을 속히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새벽 1시에는 용산 대통령실 지하 벙커로 출근해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지금 최우선 사안은 환자 후송 및 구호이며 피해 국민의 신속한 의료기관 이송 및 치료"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새벽 2시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응급 구조활동 요원이나 통제관을 제외한 인원은 사고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뒤, 40분 뒤 정부서울청사 상황실로 이동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돌아가신 분의 신원을 신속히 파악하라"고 했다.
 
민방위복 차림의 윤 대통령은 30일 오전 9시50분쯤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오늘부터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국정의 최우선을 본 건의 수습에 두겠다"며 "장례 지원과 아울러 가용할 수 있는 응급 의료체계를 총동원해 부상자들의 의료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부 부처와 관공서에 즉각적인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이어 오전 10시 이태원 골목을 찾아 참사 현장을 살펴본 뒤 곧장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 설치된 사고수습본부에서 회의를 주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참사 사흘째인 31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광장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묵념했다. 굳은 표정으로 짧게 조문을 마친 윤 대통령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문 외에 공개일정을 잡지 않고 내부 회의 등을 통해 참사 수습에 주력했다. 대통령실도 전원 24시간 비상태세로 전환했다.
 
이 같은 대응은 앞서 8월 폭우로 서울 도심이 물난리가 났던 때와는 달랐다. 폭우가 수도권을 강타했던 지난 8월8일 윤 대통령은 오후 8시쯤 퇴근했다. 윤 대통령은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래쪽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언급, 퇴근 시점에 침수 피해가 시작된 것을 인지했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이나 피해 현장을 찾지 않고 서초동 자택에 머물며 상황 대응을 지시해 논란이 일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논란이 커지자 "비가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는가"라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번 이태원 참사의 경우 사고 직후부터 윤 대통령의 동선을 언론에 공개했다.
 
정작 문제는 주무부처에서 터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30일 긴급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며 "어제 잘 아시다시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병력들이 분산됐던 그런 측면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적절한 인식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책임 회피성 지적마저 제기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나는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로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 게 아니라 낮은 자세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고, '모든 게 나의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호영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고 수습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될 시점인데, 이 장관 이야기는 마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이어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이 장관을 겨냥해 "지금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얘기를 던질 때가 아니지 않느냐"며 "잘 모르면 입을 닫고 있어야지, 왜 자꾸 변명하다가 국민들 화를 북돋우시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안전 불감증이 이런 대형 사고를 키우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아주 부적절했다"고 질타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 장관은 입을 봉하고 수습에 전념하시라"며 "어떻게 관계 장관이 이런 몰상식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수습하고 애도하며 유가족을 위로할 때"라고 했다.
 
여당에서도 이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장관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이런 논란을 빚게 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지금은 언행, 특히 말조심해야 한다"고 했고, 김기현 의원도 "인력 배치에 대해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며 "사전에 교통대책 그리고 안전을 위해서 통행을 제한하든지 현장에서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도록 소개할 수 있는 그런 대책을 세웠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소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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