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윤 대통령 "추가조건, 헌정사에서 들어보지 못해"…사과도 특검도 거부
25일 취임 후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민주당 "협치는 끝났다" 정면대치
2022-10-24 16:24:19 2022-10-24 21:49:03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민주당이 국회 시정연설 전까지 대장동 특별검사 수용 여부와 함께 미국 순방 중 있었던 비속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추가조건을 붙인다는 것을 헌정사에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며 사실상의 거부와 함께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거부키로 하면서 양측의 대치는 더욱 가팔라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야당에서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고 시정연설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국회법에 규정된 것으로, 게다가 25일로 시정연설이 정해진 것 또한 여야 합의에 따른 의사일정이라는 반론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해 국회 시정연설을 진행한다. 취임 후 두 번째 시정연설로, 윤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지난 5월16일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당부했다.
 
앞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 전까지 대장동 특검 수용 여부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이 XX들'이라는 국회를 모욕한 비속어에 대한 사과가 없을 경우 시정연설 불참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 순방과정에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비속어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OOO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며, '이 XX들' 대상도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 거대 야당이라고 해명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협치를 파괴하는 윤석열정권의 태도에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결의했다"며 "막말을 포함해 헌정사에 다시 없을 야당을 향한 부당한 행태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시정연설을)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다만 시정연설 거부가 본회의장 불참 등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과 당직자들이 2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신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윤 대통령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검찰이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재시도하면서 여야 대치는 극에 달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과 맞물리면서 야당을 대화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명백한 신호로 인식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몰려가 '검찰독재 신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말살의 배후로 윤 대통령을 지목한 뒤 "협치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내일이 대통령 시정연설인데 오늘 이렇게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데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도의는 사라지고 폭력만 남은 것 같다”고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또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하겠다, 지배만 남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저는 어제 국회 시정연설 전에 대통령이 자신의 막말과 함께 민주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사과를 함께 요구했으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보란 듯이 깔아뭉갠 것"이라며 "대통령 시정연설을 앞두고 극단적 파행을 유발하는 반성 없는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말을 끌어다 "국회 이 XX들을 대상으로 무슨 협치를 하시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반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으름장'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맞받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시정연설은 듣고 싶으면 듣고, 듣기 싫으면 듣지 않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국회의 책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관련된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제외한 대장동 의혹 전반을 특검 대상으로 올리자는 이재명 대표의 추가 제안 역시 거부하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시정연설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고 있는 책무"라며 "정부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국민께 나라살림과 씀씀이에 대해 설명해야 할 책무가 있듯 국회 역시 정부로부터 어떻게 국민의 세금을 쓸지에 대해 보고를 듣고 꼼꼼히 챙길 책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내일 시정연설이 원만하게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시정연설을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할 가능성에는 "아직 최종적으로 정리되지는 않았다"며 "국회 상황이 굉장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저희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야당의 직접적인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내년도 예산안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169석의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법정시한(12월2일) 내에 예산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졌다. 정부는 지난 8월 30일 국무회의에서 639조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을 의결한 바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속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폭 확대를 언급할 예정이다. 또 기업의 창의적인 경영을 뒷받침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에 나서겠다는 정부 의지 등도 강조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더 어려울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들을 어떻게 구현하고 실행할지 소상히 말씀드리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미래 세대를 위한 역동적 경제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그런 구상 등을 담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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