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LED 월 앞에 선 배우가 연기를 시작하자 모니터 화면에서는 혼합현실(XR) 기술이 결합해 신라 왕실의 놀이도구인 14면체 주사위 '주령구'에 갇힌 배우의 모습이 나타났다. 현재 제작 중인 XR 뮤직비디오 '투게더'의 한 장면으로, LED월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제작 환경을 구축했다. 이어진 기술 시현에서는 시간 렌더링 기술과 카메라 위치 추적 기술을 통해 촬영 공간이 밤에서 낮으로 바뀌고 날씨 역시 비나 눈이 내리는 모습으로 실시간 구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2일 경기도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구축된 SK텔레콤의 LED 월 기반 미디어 콘텐츠 제작소 '팀(TEAM)스튜디오'를 찾았다. '볼륨스테이지'와 'XR 스테이지' 등 2개의 대형 LED 월 스테이지를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촬영이 가능하며, 실제와 같은 수준의 그래픽을 실시간으로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기자들을 맞은 김혁 SK텔레콤 미디어지원 담당은 "배경·빛·반사광·몰입도·트레킹 등 다섯 가지가 기존 스튜디오 기반 제작과의 차이점이자 강점"이라면서 "다양한 스튜디오와의 초연결이 궁극적인 목표이며 해당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과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갖춘 엑스온스튜디오, 미디어엘, 두리번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열린 SK텔레콤 콘텐츠 제작소 '팀(TEAM) 스튜디오' 기자간담회에서 진행된 기술 시연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SK텔레콤은 각 기업의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 위에 5G·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ICT 인프라를 더한다. 예컨대 팀스튜디오와 또 다른 버추얼 스튜디오의 LED 월을 연결해, 한 공간에서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동시 작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추후에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 대신 해당 영상을 불러내 배경 삼아 촬영한다거나, 같은 배경에서 해외 출연진과 국내 출연진이 한 작품에 녹아들 수 있는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이 가능할 전망이다. 레이턴시(지연속도) 없이 대용량을 처리할 수 있는 SKT의 통신과 인프라 기술에 기반해 이를 특장점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SKT는 자회사 미디어S가 운영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 속 프로그램에서 팀스튜디오의 자원을 활용해 몰입감 있는 제작물을 만들어 낸다는 구상이다. 오픈 뒤 두 달 동안 주당 1~3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향후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을 3개까지 늘리고 정규 예능을 포함해 고정 프로그램도 이곳에서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XR을 활용한 기업 콘퍼런스, 팬미팅, 웨비나 등 실시간 기반 라이브 콘텐츠 송출을 포함해 제작 콘텐츠를 다양하게 넓혀갈 예정이다.
LED월에 사용될 다양한 고화질 백그라운드 영상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배경 어셋 아카이브 구축에도 힘을 쏟는다. 이경면 미디어엘 대표는 "사라질 장소나 사라진 장소들에 대해 아카이브화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례로 동대문 야구장이나 서울야구장처럼 이미 사라진 곳들을 기억 재생해 아카이브화 시키고 쉽게 갈 수 없는 국내 명소들에 대한 배경 어셋을 제작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객의 니즈에 따라 우주공간이나 화산 지역 등 다양한 배경도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지리적 위치가 가장 큰 장점으로, 실제로 스튜디오 오픈 후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만족도가 크다는 후문이다. 장원익 엑스온스튜디오 대표는 "배우는 먼 곳에 가지 않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독립된 실내 공간에서 본인의 리액션을 보면서 연기할 수 있고, 스태프 역시 사전 준비작업을 기술팀 쪽에서 지원해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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