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반발해 제기한 3·4·5차 가처분신청이 지난 6일 법원으로부터 기각 및 각하 판결을 받았다. 앞서 주호영 비대위 판결과 정반대로, 정진석 비대위는 좌초 위기에서 벗어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이 전 대표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일단 물러섰지만, 탈당 등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권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차기 총선을 겨냥해 제3지대에서 창당할 것이란 관측이 끊이질 않는다. 관건은 '여론'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51부(재판장 황정수)는 지난 6일 오후 이 전 대표가 제기한 3·4·5차 가처분신청에 대해 각각 기각과 각하 판결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이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헌 96조(비상대책위원회)를 개정한 것을 무효로 해달라는 신청에 대해선 각하, 정진석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들의 직무정지 요청에 대해선 기각했다. 남부지법은 "국민의힘이 당헌 96조를 개정해 새로운 비대위를 꾸린 절차에는 하자가 없다"고 판시했다. 당의 '비상상황'을 명확히 규정한 '당헌 96조 개정안'이 결국 무리수가 아닌 신의 한 수가 됐다. 다툼의 여지가 컸던 소급적용 여부도 인정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당일 소집됐던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자정을 넘기는 마라톤회의 끝에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의 추가징계 처분을 내렸다. 앞서 6개월 당원권 정지에 이은 추가징계로,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기간이 2024년 1월까지 대폭 늘어나면서 같은 해 4월10일 열리는 총선 출마도 사실상 좌절됐다. 당규상 총선 공천을 받으려면 공천 신청일 기준으로 책임당원이어야 하는데, 책임당원은 당비를 1년 중 3개월 이상 납부해야 한다. 이 전 대표의 당원권은 2024년 1월8일 이후에 회복된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여론을 의식, 탈당 권고 또는 제명을 피하는 동시에 이 전 대표를 당에 묶어두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가징계 후 첫 메시지로 "어느 누구도 탈당하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던졌다. 자신의 탈당 예측에 선을 긋고, 징계로 인해 동요하는 당내 지지자들의 탈주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신당 창당론은 끊이질 않고 있다. 무엇보다 파괴력이 여론조사를 통해 입증됐다. 지난달 21일 발표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준석 신당 지지 여부 물음에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35.9%를 기록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월12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48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42.5%가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보수신당을 창당하게 될 경우 국민의힘이 아닌 보수신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이 전 대표는 과거 바른미래당 등 제3지대 정당의 한계도 두 눈으로 확인한 바 있다. 지역 기반 없이 양당 체제를 깨기 힘들다는 한계를 몸으로 체험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제3정당으로서 위치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직접 겪어봤던 사람"이라며 "그 힘듦을 알기에 쉽게 탈당하거나 창당한다는 시나리오를 꺼내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창당은 물적, 인적 기반을 필요로 해 이 전 대표로서는 이조차 부담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해 9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때문에 이 전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연대해 명예회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지난 7일 이 전 대표의 추가징계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국민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27조1항을 꺼내들며 이 전 대표를 옹호한 뒤, "'양두구육'이 징계사유라면, '이 XX들, X팔린다'는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느냐"고 윤리위를 직격했다. 이렇듯 자신에 우호적인 유 전 의원이 당대표에 오를 경우 기존 윤리위 처분의 감형도 기대할 수 있다.
유 전 의원과의 연대가 불발될 경우, 신당 창당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관건은 여론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책도 내고 커뮤니티 사이트도 준비하는 등 당원과의 만남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며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당원들과의 소통을 계속 늘려갈 전망"이라고 정치활동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서울 노원병에서의 차기 총선 출마의 의지는 확고하다는 게 이 전 대표 측 설명이다.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교수는 이 전 대표의 메시지 등과 관련해 "조직화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이 출마하지 못하더라도 차기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추후 행보와 관련해 "언론에 나가서 하는 고공전과 당원들을 조직화하는 지상전, 투트랙으로 병행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유 전 의원이 (당대표)출마를 하든 안 하든, 당대표가 되든 안 되든 이 투트랙을 본인의 행보로 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 교수는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는 "지금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차기 총선이 있는)2024년 1월이나 2월쯤 가서 보수우파 정당에서 공천을 못 받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하든 아니면 당을 만들든 그때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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