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앞두고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10월에 이어 11월 금통위에서도 연달아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된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현재 2.5%인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한은은 점진적 인상 기조를 밝혀왔지만,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단행하자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융권에서는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졌기 때문에 한은 또한 보폭을 맞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한미 기준금리 차로 인한 자본 유출을 막고 치솟는 환율을 진정시키려면 빅스텝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금통위에서는 50bp 인상을 예상한다"며 "지금 상태에서는 물가가 높고 고착화되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상승 압력이 계속 형성 되는 과정이니까 50bp 인상을 통해서 적극적인 환율 대응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금통위 때 50bp 인상을 하고, 향후에도 50bp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인 흐름을 보여줄 것 같다"며 "11월에도 50bp 인상을 단행해 연말 기준으로는 기준금리가 3.5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빠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한은은 추가 인상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더욱이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 약세가 향후 수입물가를 상승시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은 10월에 이어 11월에도 0.50%p 인상을 통해 연말 기준금리는 3.50%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권에선 빅스텝 예고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8%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를 돌파한 가운데, 신용대출 금리도 연 8%를 넘어섰다. 미국발 고강도 통화긴축에 따른 금리 발작으로 대출 금리의 준거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치솟앗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달과 내달 남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대출금리 8% 시대가 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금융권의 판단이다.
한은이 이달 빅스텝을 단행하면 가계의 이자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준금리가 현행 2.50%에서 3.00%로 0.50%p 인상될 경우, 가구 이자부담은 54조 206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 자영업자 가구의 가계부채 이자는 17조5263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당국도 시장을 예의주시 중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여전히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으면서 불안감이 크다. 때문에 당국 역시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필요 시 안정화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상품 안내 현수막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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