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책은행들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후방 지원하기 위해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말 중동과 아시아태평양을 아우르는 정책금융 거점인 싱가포르 법인의 문을 열었다. 싱가포르 법인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신남방 지역 정책금융 거점을 설치하기 위해 추진해 온 법인으로, 당초 올해 상반기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 절차가 늦어지면서 하반기에 개소했다.
수은은 현재 영국 런던, 베트남 호치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홍콩, 싱가포르 등 5곳의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해외사무소 24곳을 해외 네트워크로 활용 중이다. 수은은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 및 투자 개발 등을 밀착 지원하고 국제금융기구 등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영업망을 넓힐 계획이다.
산업은행도 국내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해외 법인 6곳, 지점 11곳, 사무소 7곳을 운영하고 있다. 산은은 이에 더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추가 지점 개설도 준비 중이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금융 중심지로, 해당 지점을 개설해 유로화 조달 전문 창구로 활용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산은은 베트남에도 지점을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현재 지점 설립을 위한 현지 인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베트남은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경제 성장곡선을 나타낼 만큼 기회의 땅이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0~6.5%로 전망했고 올 초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의 GDP 성장률을 6.8%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금융권 역시 신남방 국가의 요충지로 떠오른 베트남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수은과 신한은행은 경제중심지 호찌민에 현지법인을 개소했고, 국민·우리·하나·기업·부산·대구은행은 지점을 뒀다. 농협은행은 현재 사무소를 운영 중이지만 올해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앞두고 있다.
국책은행들이 해외 거점 마련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금융 지원 및 해외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진 가운데, 국책은행의 금융 지원 역할이 더 필요해진 이유도 있다.
다만 국책은행들이 해외에서 타 국책은행 및 상업은행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 지는 숙제로 남는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책은행이 특별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책은행들의 대외 금융 지원이 더욱 필요해졌다"면서 "해외에서 타 국가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경쟁력, 차별화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달 23일 싱가포르에서 '수은 싱가포르 법인 개점식'을 개최하고 정식 영업을 개시했다. (사진=수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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