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인상)'을 단행하면서 대출금리 부담이 커졌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최고금리 상단이 연 7%를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연 8%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25%로 0.50%p 인상했다. 올해 들어 지난 1월, 4월, 5월에 이은 네 번째 인상으로 사상 첫 0.50%p 인상을 결정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빅스텝을 예상했다는 반응이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적금 및 대출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은행권은 현재 시장에 금리 인상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어 급격한 금리 조정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장금리와 조달금리도 덩달아 상승해 대출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차주들의 대출금리 이자 부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 3%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연말까지 이자부담 가중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고공행진 중인 신용대출 금리는 연말 8%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3.98~6.23% 수준이다. 일부 직장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은 7%를 돌파했으며, 월급쟁이의 비상금으로 불리는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최고 6.73%로 7%에 더 가까워졌다.
은행권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지속 중이다. 지난 5월에는 최고금리 상단이 5.78%로 2014년 1월(5.85%) 이후 8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금리 상승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현재 연 4.23~6.156% 수준이다. 지난달 상단이 7%를 넘어서며 연말 8%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으로 다시 6%대로 떨어졌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은행권의 이익 추구가 지나치다"고 비판하자 은행권은 앞다퉈 금리 인하에 나선 바 있다.
문제는 금리 인하 대상이 주택담보대출에 국한됐다는 점이다. 5대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 주담대를 총 17차례나 인하했지만, 신용대출 금리 인하 횟수는 저소득 취약 차주 대상 새희망홀씨대출 등을 포함해도 3차례에 불과하다.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아예 해당 사항이 없다. 주담대 금리 오름세가 주춤한 사이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차주들의 부담은 결국 '조삼모사'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금리 인하 노력에도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은 금통위에서 8월에도 빅스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신호를 주면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통위의 향후 방향성에 따라 신용대출의 연 금리 상단이 올해 안에 8%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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