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지속되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 등 각종 악재를 겪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187만7193대로 전년 동기 대비 7.6% 줄었다.
신차 출고 기간은 최대 18개월까지 늘어나 소비자들의 기다림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순이익의 30% 지급 △신규인력 충원 △정년 연장 △미래차 국내공장 신설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카드를 꺼내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8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적자가 5조원대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376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그럼에도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2300원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약 1694만원)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의 공장별 발전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없으면 당연히 노조도 없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워도 나만 배부르면 된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등 극단 이기주의 행태에 매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오는 13일까지 교섭과 실무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 6일 노조에 기본급 8만9000원(3.9%)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특별 격려금 50% 지급을 제시했다. 이는 회사가 올해 교섭에서 처음 제시한 임금 인상안이다.
현대차 노사 2020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 모습.(사진=뉴시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2일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이후 조합원 과반 찬성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교섭 중지 결정 등 과정을 거쳐 파업권을 확보했다. 회사의 설득으로 노조는 임협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13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파업 일정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6일 교섭 직후 "임금제시후 노측 양보로 합의점을 찾으려는 시도는 하루빨리 접고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라"며 "통 큰 결단이 없다면 휴가 전 타결은 없다"고 못 박았다.
2010년 10월부터 약 3년간 현대차그룹의 외신 홍보를 맡았고 '현대자동차 푸상무 이야기'라는 책까지 쓴 프랭크 에이렌스 전 상무는 "지금 한국 노조는 1980년대 후반 설립 초기보다 매우 전투적으로 변했다. 마치 1940~60년대 미국 노동조합을 보는 듯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에서 27위를 기록했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성 평가에서 OECD 평균 63.4점보다 낮은 54.1점을 받아 34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을 노조가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가 파업까지 벌이면 추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공동투쟁을 결의한
기아(000270) 노조 역시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1년 이상인 신차 출고 기간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는 강성 노조의 이미지가 크다 보니 외국에선 '국내에서 기업하기 어려운 구조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노조가 수용하기 힘든 주장을 계속하게 된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노사협상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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