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토종 포털 다음 분사 계획에
카카오(035720) 노조가 집회를 열고 반발했습니다. 다음 분사는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며, 다음 서비스와 관련된 인력에 대한 처우 논의가 없었다며 이번 사측의 결정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입니다. 카카오 측은 노조와 소통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일괄 결렬까지 예고했습니다. 내부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 노조는 19일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 경영진이 콘텐츠 CIC(사내독립기업) 분사와 함께 분사 이후 지분매각도 감안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이번 결정은 사실상 매각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카카오 노조는 19일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다음 분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카카오는 지난 13일 타운홀 미팅을 열고 콘텐츠 CIC 분사 계획을 알렸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합병한 이후 지난 2023년 다음을 CIC로 분리했는데요. 국내 웹 검색 시장에서 다음의 월평균 점유율이 2%대로 떨어지며 카카오에 부담을 주는 모양새가 되자 분사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노조는 "카카오커머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페이(377300), 카카오모빌리티 등 수많은 분사, 매각 과정에서 혼란과 위험은 온전히 노동자의 몫이었다"며 "콘텐츠 CIC 분사 후 폐업하거나 지분이 매각돼 사업을 축소한다면 문제는 더 커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될 텐데 즉흥적 결정으로 8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소리 높였습니다.
회사측은 "이제 (분사) 준비를 시작한 단계로 크루와 크루유니언(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소통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노조는 분사 중단을 원하고 있어 당분간 내부 불안을 걷어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노조는 분사 중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모든 계열사와 함께하는 공동교섭 공동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뉴스토마토)
저성장 사업군 떼어내기 고심
카카오 외에도 저성장 기조의 사업군을 떼어내는 움직임은 ICT업계에서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습니다. 다음 분사의 경우와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KT(030200)는 지난해 11월 인력 유지 비용이 큰 현장 네트워크 인프라 운영 전담 인원을 신설 자회사를 설립해 내보냈습니다. 이들은 KT 넷코어와 KT P&M이란 자회사에서 선로와 전원 등 네트워크 구축과 유지 보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032640)는 STUDIO X+U의 분사 추진을 고심 중입니다. 회사측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회사 내 STUDIO X+U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어 분사도 가능하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STUDIO X+U를 전담하던 최고콘텐츠책임자(CCO) 조직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최고경영자(CEO) 직속에서 컨슈머부문으로 이동됐습니다. LG그룹 내에서 콘텐츠 투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저성장 국면을 맞은 ICT 시장에서 향후 먹거리인 AI로 투자가 본격 이뤄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국내의 경우 노동시장 경직성이 뚜렷해 기업이 행할 수밖에 없는 대안으로 분사가 떠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ICT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예전만큼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며 "AI로 사업 집중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쟁이 안 되는 사업군에 대해 정리할 필요성이 있지만, 국내시장은 노동시장 경직성이 있기 때문에 조직을 축소하기 위한 유연성이 떨어진다"며 "사측과 노조 간 의견 대립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다음이 카카오의 사업 구성에 적합한지, 수명이 다했는지 등 성과에 따라 결정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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