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명태균 특검법'(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사실상 마지막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명분은 '헌법수호 책무'였지만, 실상은 '내란세력 비호'인데요. 여권의 대선 아킬레스건인 '명태균 게이트' 뭉개기로, 그의 선택적 국정 행보가 막을 내릴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검 석방지휘·이창수 복귀에도…"검찰 믿고 기다리라"
최상목 대행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은 위헌성이 상당하고 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며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으로서 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선 "특검법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실시된 모든 선거·중요 정책결정 과정을 수사할 수 있게 하는 데다,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까지 수사할 수 있게 한다"며 '과잉수사에 따른 인권침해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특별검사가 수사하는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규정이 특검법에 포함돼 있다"며 "공소시효 정지 사유를 엄격히 적용하는 공소시효 제도의 취지와 헌법상 적법절차주의를 위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검 임명 간주 규정'(대통령이 특검 후보를 추천받은 후 3일 내 임명하지 않을 시 후보 중 연장자를 임명)을 두고선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검찰의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도입하는 건 특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검찰이 의혹을 신속·공정하게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주변 인물은 재판에 넘겼지만, 본류인 '윤석열씨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이나 '당내 경선 과정에서의 여론조사 결과 조작 의혹' 등은 건드리지조차 못한 겁니다. 5개월에 걸친 수사 결과 끝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주변 인물만 재판에 넘겼을 뿐입니다.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된 명태균 게이트는 이제 '찐윤'(진짜 윤석열계) 이창수 지검장이 좌지우지하게 됐습니다. 그는 윤씨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으로 일하며 '윤석열의 입'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윤씨는 지난해 김건희씨의 '명품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원칙대로 수사하려던 송경호 당시 지검장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이 지검장을 앉혔습니다. 이 지검장이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수사를 제대로 지휘할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현재 명태균 게이트는 비상계엄 사태의 한 원인으로까지 지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우정 검찰총장 등 대검찰청 지휘부는 검찰 안팎의 비판에도 '윤석열 석방'을 지휘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검찰 불신은 커졌는데요. 그럼에도 최 대행은 "검찰 수사를 믿고 기다리라"는 결론입니다.
최 대행이 동원한 위헌 근거도 문제입니다. 당초 명태균 게이트엔 윤씨 부부를 포함해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대거 포함돼 있고, 명씨가 국민의힘 선거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수사 대상·범위는 넓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지금까지 발의된 특검법은 총 13개인데, 2007년 이후 7건의 특검이 수사 대상으로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사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특검 임명 간주 규정'의 경우, 최 대행 본인이 자초한 꼴입니다.
최 대행은 이른바 '내란 상설특검법'(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 검사의 수사요구안)의 특별검사 추천 의뢰도 3달째 하지 않으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상설특검은 일반 특검법과는 달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달 새 8개 거부권…5년 임기 노태우 '능가'
이뿐만 아닙니다. 최 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뭉개며 헌법이 규정한 '행정부의 법존중 의무'를 저버린 지 오래입니다. 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요.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만장일치로 "마 후보자 미임명은 위헌"이라고 선고했습니다.
최 대행은 윤석열씨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서도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2차 체포 집행을 앞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도록 지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최 권한대행은 "물리적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며 권한 행사를 거부했습니다.
최 대행은 12·3 내란사태로 빚어진 국정 혼란을 조속하게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무는 외면하면서도 거부권은 적극 행사하고 있습니다. 여야 합의·위헌 요소를 문제 삼고 있지만, 실상은 국민의힘에 불리한 국면은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개수(8개)는 직전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덕수 국무총리(6개), 노무현정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한 고건 전 총리(2개)를 넘었고, 노태우 전 대통령(7회)도 뛰어넘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45개)을 제외하면, 최 대행보다 거부권 행사 횟수가 많은 건 윤씨(25개)뿐입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27일 권한대행직을 맡으며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