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1%대 저성장의 그림자가 한층 짙어졌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탄핵 정국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한층 격화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국내 정치적 불안으로 소비 위축 등 내수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버팀목이던 수출 증가세까지 주춤하면서 한국 경제의 이중고가 깊어지는 양상입니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경제 진단…"경기 하방 압력 증가"
기획재정부는 14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를 펴내고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 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출 증가세 둔화, 경제 심리 위축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내수 회복 조짐'을 강조해온 정부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긍정적인 표현이나 평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실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는 부정적인 표현들이 등장했습니다. 기재부는 12월 그린북에서 '경기 회복'이라는 표현을 배제하고 '경기 하방 위험 증가 우려'를 넣었고, 1월부터는 '하방 압력 증가'로 부정적 표현 수위를 한층 높였습니다. 2월에는 '내수 회복 지연'이 처음 등장하더니, 이달에는 '수출 증가세 둔화' 표현까지 추가됐습니다.
정부가 경기를 어둡게 바라보는 배경에는 연초부터 뒷걸음질한 주요 경제지표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소비·투자 등 대부분 지표가 줄줄이 뒷걸음질 쳤습니다. 이 같은 '트리플 감소'는 2개월 만입니다. 전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2.7% 감소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2월(-2.9%) 이후 4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소매 판매도 0.6% 감소했고,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 역시 각각 14.2%, 4.3%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마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며 15개월 연속 증가세가 꺾였습니다. 지난달 조업일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1% 증가하며 반등했지만 일평균 수출액으로 보면 23억9000만 달러로 5.9% 역성장했습니다. 기재부는 "글로벌 경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 관세 부과 현실화 등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최악 땐 성장률 1.4%까지 추락"
연초부터 저성장의 그림자가 짙어졌는데, 공교롭게도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악재들은 옅어지지 않고 한층 더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실제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심판이 임박한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탄핵 심판에서 모두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줄탄핵이 줄기각으로 돌아오면서 탄핵 정국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입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역시 한층 격화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유연성을 언급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우리는 굽히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히며 상호관세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관세 전쟁 상대국들도 "굴복하지 않겠다"며 관세를 둘러싼 통상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수출 역시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습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하면서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저성장의 공포는 더욱 커졌습니다. 국내 주요 기관들이 이미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 중반으로 낮춰잡은 가운데, 해외에서는 유례없는 1% 성장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지난달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하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국내 정치 불안, 미국의 관세정책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낮춰 잡았지만, 관세 전쟁이 최악일 경우 1.4%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놨습니다. 한은은 지난 13일 국회에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제출했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습니다.
이중 미국의 관세 압박이 더 심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보면 한국의 성장률이 올해 0.1%포인트, 내년 0.4%포인트 더 낮아져 올해와 내년 모두 1.4%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전쟁이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국내적으로도 내수가 침체해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다"며 "추경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단기적인 경제성장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