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물가·부동산' 여파에 금리 동결
올해 마지막 금통위…4연속 '연 2.50%' 동결
더 멀어지는 '금리 인하'…"현 수준 유지 적절"
반도체 호조·내수 회복에…올해·내년 성장률 ↑
2025-11-27 15:28:07 2025-11-27 15:53:0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4연속 동결했습니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아직 잡히지 않은 데다, 최근 1500원을 위협하는 환율 불안과 다소 높아지고 있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더불어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1.0%로, 내년 성장률은 1.6%에서 1.8%로 각각 상향 조정했습니다. 미국의 관세정책 여파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고,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내수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매파적 '동결'…이창용 "당분간 금리 인하·동결 모두 열어놔"
 
한은 금통위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습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과 5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한 이후 7월, 8월, 10월에 연달아 동결한 바 있습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아진 가운데,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면서도 "하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한은이 동결을 결정한 이유로는 우선 최근 147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꼽힙니다. 실제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77.1원으로 미국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지난 4월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여기에 서울 등 좀처럼 열기가 식지 않은 수도권 집값 불안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도권 집값 상승폭과 거래량은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둔화하는 흐름이지만, 가격 상승 기대는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고환율 흐름과 함께 부동산 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가 자칫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단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포워드 가이던스)입니다. 이날 공개된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는 '인하 가능성 개방'과 '동결' 의견이 3대3으로 맞섰습니다. 앞서 지난달 회의에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이 4명, '동결'이 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동결 의견이 1명 늘어난 것입니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역시 '인하 기조'를 '인하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를 '여부'로 각각 조정되면서 금통위 내부 분위기가 '매파'로 선회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는 금융 안정을 고려할 때 중립 금리 수준에 와 있다"며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시점과 3개월 뒤 전망을 얘기할 때 금통위원 중에서 어느 분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를 하자고 한 분은 없었다"며 "현시점은 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올해 0.9→1.0% 내년 1.6→1.8%…내년 'AI 확산' 땐 2.0% 성장
 
아울러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1.0%, 1.6%에서 1.8%로 각각 끌어올렸습니다. 지난 8월 전망보다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높아진 수치입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와 내년 모두 2.1%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더불어 한은은 이날 처음으로 2027년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습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금융연구원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1.0%와 같고,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0.9%보다 높습니다. 올해 성장률 눈높이를 1%로 올린 것은 한은의 예상보다 높게 나온 지난 3분기 성장률 속보치(1.2%)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은 "내수가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수출은 증가율이 다소 둔화되겠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등으로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면서도 "이 같은 성장 경로에 글로벌 통상환경, 반도체 경기, 내수 회복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습니다.
 
한은은 인공지능(AI) 붐이 유지되면서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더 높아지며 2%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내놨습니다. 반대로 AI 버블이 꺼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정체될 경우 내년 0.1%포인트, 내후년 0.3%포인트씩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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