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은행·빅테크 선점…뒤쳐진 카드·저축은행
2025-11-27 14:40:26 2025-11-27 17:25:07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전략적 분화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은행과 빅테크는 실증 테스트 참여와 사업적 제휴를 통해 시장 진입 실무 단계에 속도를 높이는 반면,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규제 불확실성과 투자 부담을 이유로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업권별 이해관계와 사업 구조 차이가 선제 대응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가운데, 법제화 이전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 구도가 조기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은행은 테스트베드 …빅테크는 연합전선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실무 차원에서 가시화하며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3월부터 신한·NH농협은행과 케이뱅크가 참여 중인 한일 스테이블 송금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 2단계 테스트에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국가 간 송금을 실증하는 방식으로,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구체적인 형태의 테스트로 알려졌습니다.
 
비교적 후발주자로 분류됐던 하나은행도 IBK기업은행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 협력을 제안하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은행은 하나은행의 제안을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외환 및 송금망을 보유한 은행산업의 특성상,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송금 인프라이자 해외송금 시장 확장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큽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필요한 예치금 요건 충족 능력, 규제 대응 시스템, 자금 여력 측면에서도 은행이 경쟁 우위를 갖고 있어 선점 행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빅테크와 가상자산업계의 움직임도 공격적입니다.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에 100% 자회사로 편입됩니다. 두나무와 네이버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인수·합병(M&A)을 확정했습니다. 두나무는 네이버 손자회사가 됩니다.
 
표면적으론 빅테크와 가상자산 간의 시너지 확보를 위한 전략적 제휴로 보이지만, 금융당국의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규제 장벽에 부딪혀 신사업 진출이 어려운 두나무가 금융 플랫폼 확장성이 필요한 네이버파이낸셜과 연합전선을 꾸린 것입니다.
 
금융권에선 두나무와 네이버 연합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결제 인프라 구축의 전초전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자사 결제·쇼핑·구독 생태계를 기반으로 사용처를 확보할 수 있고, 두나무는 기존 규제 프레임을 우회해 금융 영역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습니다.
 
카드·저축은행, 법제화 전까지 관망만
 
카드업권과 저축은행업권의 움직임은 은행이나 빅테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온적입니다. 카드업권에선 지난 7월 여신금융협회를 중심으로 9개 카드사와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이후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실증 테스트는 물론, 실무 논의조차도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가시화돼야 방향성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입법 이전에 선제적으로 논의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입장입니다.
 
저축은행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대형사인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이 지식재산 정보 검색 시스템 키프리스(KIFRIS)에 상표를 출원한 정도의 사전 준비만 포착되는 것에 그칩니다. 사업화 논의나 기술 검토 등 내부 스터디는 진행 중이라고 전해졌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에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모든 금융권이 국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단계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은 동일한데요. 카드업권과 저축은행이 은행, 빅테크와 달리 관망하는 전략을 취하는 이유에는 사업 구조와 투자 여력 차이가 꼽힙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은행이나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 여력이 부족합니다. 기존 사업모델과의 직접적 연관성이 낮거나 융합 지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선제적인 투자를 발목 잡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를 대체할 결제 수단이 되려면 법제화와 규제 환경 변화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돼야만 합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란으로 다투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입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나 법령이 명확해진 후에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법제화 시점에 따라 업권 간 스테이블코인 사업 격차가 뚜렷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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