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는 주도권 싸움…마지막엔 '직무유기'
윤석열 석방 후폭풍 '계속'…공수처·검찰·사법부 책임론
2025-03-13 18:03:57 2025-03-13 18:59:10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내란 수사가 검찰의 직무유기로 끝났습니다. 내란 수사 초기부터 검찰·경찰·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주도권 다툼으로 논란을 자초했는데요. 특히 공수처는 부족한 역량·의지로 현직 대통령 수사에 뛰어들며 수사가 처음부터 꼬이게 했고 검찰은 즉시항고 포기로 '내란수괴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했습니다. 법원도 나라의 운명이 걸린 국면에서 '구속취소 인용'이란 파격적 결정을 내리며 사회 혼란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무능한 공수처의 무리한 '이첩요청권 행사'
 
12·3 내란사태 수사는 '수사기관의 경쟁'으로 시작됐습니다. 주도권을 놓고 검찰은 "이 사건 관련자가 가장 많은 데가 군과 경찰"이라고 했고 경찰은 "수사 독립성을 위해 경찰이 수사 주체가 돼야 한다"며 공방을 벌였습니다. 두 수사기관은 수사 인원을 보강하며 세 불리기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공수처가 뒤늦은 이첩요구권을 발동하며 '3각 경쟁'이 전개됐습니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뒤 경찰·공수처에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는데요. 공수처는 검찰과의 합동수사로 윤석열씨를 비롯한 내란 피의자를 모두 수사해 재판에 넘기는 대신, 검·경 양측에 사건 이첩을 요청했습니다.
 
합동수사가 필요했지만, 합동수사를 하더라도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의 문제 때문에 수사기관 3곳이 동시에 수사를 진행한 겁니다. 검·경이 "수사가 이미 많이 진행됐으니 재고해달라"며 응하지 않자, 공수처는 재차 이첩요청권을 행사해 윤씨 사건을 강제로 넘겨받았습니다. 
 
공수처의 이첩요청권(공수처법 24조 1항)은 이첩 요구를 받은 수사기관이 '응해야 하는' 강행 규정으로 여러 기관에서 수사가 중복될 경우 공수처에 우선권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윤씨 수사를 독점한 공수처는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공수처는 2021년 출범 이후 단 1차례도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못했을 정도로 수사력에 의문이 많은 상태였습니다. 실제 내란 수사에서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한 검찰이나 조지호 전 경찰청장·김봉식 전 서울청장 휴대폰을 확보한 경찰과 비교해 초기 수사는 매우 더뎠습니다. 공수처가 내란죄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는지, 기소권 없는 사건의 피의자를 구속해 검찰에 이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많았습니다.
 
우려가 이어졌지만, 오동운 공수처장은 "(윤씨 체포에 대해) 충분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거듭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첫 구속영장 집행에서 "박종훈 경호처장을 체포해서라도 윤씨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경찰을 막아서는 등 '공수처 폐지론'을 자초했습니다.
 
2차 체포 집행은 경찰 도움으로 겨우 성공했습니다. 공수처는 이 과정에서도 영장 시효 마지막 날까지 재집행을 미루다 '집행 일임'이라는 악수를 두고 번복하기까지 했는데요. 조사도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윤씨는 한 차례 진행된 대면조사에서 답변을 거부했고 이후부터는 아예 조사에 임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후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수처 만용·검찰 오만에 더해진 '사법부 잣대'
 
결국 공수처는 기소권이 있는 검찰에 사건을 넘겼고, 검찰은 추가 수사를 하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다가 구속 취소를 당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를 수사하는 중대 사건에서 '시간 엄수'를 하지 못한 꼴입니다. 
 
여기에 법원은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윤석열씨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이런 논란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진행하면 상급심에서 파기 사유는 물론, 재심 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상 상급심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였는데요.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새입니다.
 
법원이 법·관행을 뒤집으면서까지 구속을 취소한 대상은 '내란 수괴 피고인' 윤석열로 기록됐습니다. 윤씨의 구속취소를 계기로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관할권 논란은 재점화되고 있는데요. 재판부는 구속취소 설명에서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이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공수처법 등 관련 규정에 대한 명확성 부재’를 법원이 꼽았다는 점입니다. 윤씨 측 변호인단은 구속취소 청구에서 "공수처법상 수사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공수처가 내란죄는 직권남용죄 관련범죄이기에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수사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증거나 자료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가 윤씨 측 주장을 받아들인 셈인데 윤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도 내란죄 공소유지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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