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효성화학 채권 거래 재개 후 급락…우려보다 기회
고비 넘었는데 매물 쏟아져…대주주 효성, 방치→부도 가능성 낮아
잔존만기 7~10개월 불과…“베트남법인 지분매각 등 주목”
2025-03-15 06:00:00 2025-03-15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효성화학이 자본잠식 사유를 해소했으나 채권가격은 급락했습니다. 업황 개선이 요원해 신규 채권 발행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이자비용 부담도 상당해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채권시장에서 거래 중인 효성화학 회사채들은 잔존만기가 길지 않고 대주주인 효성도 버티고 있어 실질적인 상환 위험은 크지 않습니다. 채권가격 급락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자본잠식 해소했는데 ‘급락’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장내 채권시장에 상장된 효성화학 회사채 3종은 전일에 이어 이날도 약세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장내 채권시장에는 효성화학12, 효성화학13, 효성화학15 채권이 상장돼 거래 중입니다. 각각 2024년 4월, 7월, 12월에 500억원, 500억원, 300억원 규모로 발행된 채권입니다. 지난달 28일 효성화학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사실을 발표한 후 다음 영업일인 3월4일부터 주식과 채권 거래가 모두 정지됐는데요. 12일에 효성화학이 자본잠식 사유를 해소했다고 공시해, 우선 채권부터 거래가 재개된 것입니다. 
 
하지만 자본잠식이란 대형 악재가 발생했단 사실과,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후에도 업황 악화로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점, 쌓인 부채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이자 부담 등은 여전합니다. 이로 인해 13일 채권 거래 재개와 동시에 오전부터 대규모 매물이 쏟아져 채권가격이 동반 하락했습니다. 
 
이날 효성화학12 채권은 장중 9931원까지 밀렸다가 9998.8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전 거래일  종가(1만106.90원)보다 108.10원이나 급락한 가격입니다. 효성화학13은 9999.00원, 효성화학15는 9989.60원을 기록했습니다. 
 
거래 중단 전만 해도 3종 채권 모두 액면가를 훌쩍 넘어 1만100원대에서 거래됐으나 이날 모두 액면가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기관 등 일부 큰손들과 변동성을 피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14일 장 후반엔 1만원대를 회복했으나 장중 내내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최악의 경우 대주주 등판
 
효성화학은 지난 3년간 7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이 누적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680억원을 기록,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효성화학은 자본잠식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해 시간에 쫓기다가 관계사인 효성티앤에스에 매각했습니다. 다만 계약이 늦어져 해를 넘기기 전엔 계약금만 수령하고, 잔금 일정을 올해로 미루는 바람에 12월 말 기준 2024년 결산 결과로는 자본잠식 상태가 된 것입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2월 말로 효성화학의 주식·채권 거래를 정지시켰습니다. 효성화학은 잔금을 수령한 후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다시 외부감사를 받아 자본잠식 사유를 해소했다며 지난 12일에 자율공시한 것입니다. 문제는 해결했으나 주식의 경우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야 해 4월에나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채권 거래는 곧바로 재개됐습니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 사업을 92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장부상 가치보다 6007억원 비싸게 처분해 자본잠식을 털어내고 1월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3597억원이 됐습니다. 다시 자본잠식 위험에 처하기 전까지는 여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약 3600억원이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효성화학은 2022년부터 3년째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손실이 3257억원에 달했습니다. 올해 업황 전망도 어두워 적자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이 손실액엔 막대한 부채에서 발생한 이자비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영업에서 1705억원의 손실을 냈고, 여기에 이자 등이 더해져 순손실이 3257억원으로 불어난 것입니다. 산술적으로는 올해 작년과 동일한 손실을 기록해도 자본잠식은 아닙니다. 
 
물론 회사 경영진은 다시 채워 넣은 자기자본이 전액 훼손될 때까지 방치하진 않습니다. 효성화학의 대주주는 효성과 조현준 회장입니다. 효성그룹의 주력사 중 하나인 효성화학이 위험에 처할 경우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지언정 효성화학을 버릴 가능성은 적습니다. 
 
채권시장에선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한 상태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들을 차환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는데요. 일단 효성화학의 신용등급 아웃룩을 ‘BBB+ 안정적’에서 ‘BBB+ 부정적’으로 낮춘 신용평가사들의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자본잠식 상태에서의 평가였기에 조정될 여지는 있습니다.
 
또한 시장의 우려가 클 경우엔 회사 자산을 담보로 걸거나 지주회사인 효성이 채무상환을 약속하는 담보부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담보부 채권으로 차환할 수도”
 
이런 상황을 감안할 경우 효성화학 채권 거래 재개 후 일부 투자자들의 엑시트 과정에서 급락한 지금이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효성화학 3종 회사채는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길지 않습니다. 그 사이 재무적 문제만 터지지 않는다면 원리금을 상환받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산용 대표는 “효성화학의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롯데건설 회사채를 발행한 것처럼 효성도 담보를 걸고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대표는 “만약 채권을 차환 발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면 보유자금으로 갚지 않고 놔두겠지만, 한국에서 대주주가 효성인 대기업이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특수가스 사업 매각으로 폴리프로필렌(PP)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으나,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 등으로 단기간 내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하고 “베트남법인 지분 매각 등 실질적인 성과, 영업실적,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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