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공정위 ‘독점’ 고발권 정리해야
2017-07-19 06:00:00 2017-07-19 06:00:00
최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갑질횡포로 구속된 사건을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미스터피자의 ‘갑질’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의 요청에 따라 공정위가 뒤늦게 고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에 관한 한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보고만 있다가 타의에 의해 이제서야 움직인 것이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2015년 MP그룹이 정우현 그룹회장 가족의 회사를 통해서만 치즈를 구입하도록 강요했다는 '치즈 통행세'와 관련해 정우현 회장과 법인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그해 3월 직권조사에 착수했지만, 2년 넘도록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검찰 고발은 고사하고 그 흔한 과징금도 부과하지 않았다. 그 사이 가맹점주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그러니 차라리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는 고발권을 빼앗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오랜 동안 검찰이 독점해온 기소권을 나누어 상호 견제시키자는 논의와 같은 이치이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에 따른 폐해가 거론된지 오래 됐듯이,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을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 취임후 구성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지난달 20일 문재인 정부 임기내 전속고발권 폐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6월 중 내·외부 전문가와 관계부처 인사 등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아직 구체적인 후속행동이 없다. 공정위에 미련이 남아서일까?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한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 제도는 1980년 법제정과 함께 도입돼 37년간 시행돼 왔다. 하지만 공정위가 횡포를 부리는 대기업을 고발하는데 너무나 소극적이어서 중소기업 보호와 피해 구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1996년 검찰의 고발요청권이 신설됐다. 그렇지만 검찰이 요청해도 공정거래위원장이 묵살해 버리면 그만이어서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2014년 7월 '검찰총장의 고발요청이 있는 때에는 공정거래위원장은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조항이 공정거래법에 신설됐다. 검찰의 고발요청권에 실질적인 힘을 부여한 것이다. 이 조항에 따라 검찰은 2015년 새만금방조제 담합 사건과 관련된 SK건설 등 4개 건설사에 이어 지난해 산업용화약 담합 사실이 드러난 (주)한화와 고려노벨에 대한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번 미스터피자 사건은 검찰이 고발을 요청한 세번째 사건이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하고 있는 이유에도 나름 타당성이 있다. 소송이 남발되고 이로 인해 기업에 초래되는 과도한 부담을 막아주자는 것임을 이해 못할 사람은 없다. 더욱이 공정위에 신고되는 사건 가운데 85%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만약에 고소고발이 자유로와지고 남발되면 중소기업이 과도하게 시달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회사의 일방적 횡포를 당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힘이 바위라면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힘은 달걀에 불과하다. 그 힘의 격차를 메워주고 영세사업자를 부축해줄 책임이 공정위에게 있다. 따라서 필요할 경우 공정위가 고발권을 비롯해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금까지 그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에 고발권 독점을 폐지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외식업종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나온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첫 작품으로, 일단 기대를 걸어보고자 한다. 그렇지만 대형마트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공정위의 고발권 향방도 아직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공정위 독점고발권도 확실하게 정리할 때가 됐다. 공정위가 소신과 책임을 갖고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거나, 그럴 자신이 없다면 독점권한을 내놓아야 한다. 김상조 새 위원장처럼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는 인물도 언젠가는 떠나게 돼 있다. 따라서 이 기회에 공정위가 고발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는 장치가 확실하게 마련되거나 아니면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차기태(언론인)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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