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과열 경계해야"...달라지는 증권가 리포트
최근 한 달 하향 리포트 35건…2년 새 3배 급증
리서치센터들, 투자자 보호 위해 신중한 평가로 선회
2025-07-11 16:17:02 2025-07-11 16:17:02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국내 증시가 3년10개월 만에 코스피 3200선을 돌파하며 시가총액 3000조 원까지 넘어서고 있지만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이례적으로 투자의견을 잇달아 낮추고 있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마다 '매수' 리포트가 쏟아졌던 과거와는 달리 과열된 시장에 경고를 보내며 신중한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낙관 일색의 평가로 매수를 부추기기보다 냉정한 판단을 통해 투자자와 신뢰 회복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입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13일~7월11일) 동안 발표된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는 총 35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상향 조정 종목(10개)의 세 배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코스피는 1월 2517포인트에서 출발해 6월 말 3189포인트까지 치솟으며 반년 만에 약 26.7% 상승했습니다. 7월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3200선 부근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2월(+4.1%), 5월(+5.8%), 6월(+2.9%)처럼 지수가 크게 오른 구간에서 리서치센터들은 이례적으로 하향 리포트를 쏟아냈습니다. 5월 한 달간 하향 리포트는 22건으로 전월(3건)보다 7배 급증했고 6~7월 두 달간은 총 61건이 나오며 월별 최다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같이 '하향' 리포트가 늘어난 배경으로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과열을 우려해 신중한 평가를 내놓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가가 빠르게 오른 만큼 투자자들의 과열 심리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특히 원전·방산·증권주 등 강세를 주도한 업종에서 하향 리포트가 집중됐습니다. 증권사들은 단기간 과도한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고 판단하며 목표주가는 올리면서도 투자의견은 낮추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의 신중한 대응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민재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한전KPS(051600) 투자의견을 하향하며 "주가수익비율(PER)이 19배로 10년 만의 최고 수준이지만 구조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주가가 세 배 가까이 오른 원전주 비에이치아이(083650)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단기매매(Trading Buy)'로 낮췄습니다. 지난달에는 KB증권과 LS증권(078020)LIG넥스원(079550)의 투자의견을 낮췄습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좋은 회사도 가끔은 좋은 주식이 아닐 수 있다"며 LIG넥스원의 고평가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내부에서는 과열된 시장에 경고를 보내고 투자자 보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주가 상승에 맞춰 '매수' 리포트를 내던 방식에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제 리포트가 기업 홍보용이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위험 신호를 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증권사 안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불편한 말도 할 수 있어야 리포트가 신뢰를 얻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낙관적인 얘기만 하면 결국 투자자들이 리포트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며 "하향 리포트가 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긍정적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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