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고금리에도 외면…저등급 채권, 찬바람 거세다
영구채 미매각 딛고 다시 공모채 발행 나선 CJ CGV
우량채 발행 피한 틈새 전략, 구조적 한계 지적
저등급 채권 시장 활성화 위해 세제혜택 도입 필요
2025-07-10 14:32:10 2025-07-10 14:32:1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0일 14:3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비수기에 접어든 채권시장에서 저등급 비우량 채권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대형 우량채권으로의 자금 쏠림을 피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금리를 제시해도 외면받기 일쑤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저등급 채권 기피현상이 생긴 데다 주식시장 활황이 겹치면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은행 대출이 어려운 기업은 당장 자금수혈이 막막해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저등급 채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나 나온다.  
 
비수기 노린 저등급 채권 발행 잇따라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 CGV(079160)는 오는 11일에서 13일까지 3일간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CJ CGV는 1년물과 1.5년물을 각각 500억원씩 구성해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CJ CGV가 채권 발행시장에 문을 두드린 것은 3개월여 만이다. 지난 5월 CJ CGV는 영구채 공모 수요예측에서 400억원 모집에 100억원 수준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연 5.80%에서 6.10%이란 고금리를 제시했음에도 최종 경쟁률은 0.25대 1로 증액 없이 400억원이 발행돼 주관 증권사인 KB증권이 미매각 물량을 인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CJ CGV의 채권은 시장에서 난색을 표하는 채권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산업 등장으로 영화 산업이 구조적인 침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또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악화일로기 때문이다.
 
하지만 CJ CGV는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394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8월 사모 기업어음(CP) 1500억원, 12월 공모채 25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J CGV도 나름의 보완책을 준비했다. 통상적인 채권 발행 제시금리(±30bp)보다 높은 민평금리에 ±50bp(1bp=0.01% 포인트)를 준비했고 주관사도 대표 주관사엔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을 선정했다. 인수단으로 ▲키움증권(039490)미래에셋증권(037620)대신증권(003540)한화투자증권(003530) ▲BNK투자증권 등 총 10곳을 참여시켜 위험 부담을 덜게 했다.
 
비수기 저등급 채권 발행 전략 이번에는 통할까
 
통상적으로 7월과 8월은 채권 발행 시장에서 비수기로 통한다. 상반기 결산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주요 기업 여름휴가 일정까지 겹치면서 대부분 채권 발행은 추석 전후로 미뤄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줄어든 틈새를 노린 저등급 채권 발행이 이어지는 이유다.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지난해 7월과 8월에는 종합편성 방송사 JTBC가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고, 롯데건설도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JTBC의 경우 영업적자가 누적된 상태고, 롯데건설은 지방 분양시장 불황으로 채권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결국 이들 회사의 채권 발행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JTBC는 2년물 100억원 모집에선 27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지만 1년물 400억원에선 360억원에 그쳤다. 롯데건설의 경우 1500억원 규모 모집에서 절반을 겨우 넘긴 770억원의 주문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기업이 발행하는 우량채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피하고자 비수기에 채권 발행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라며 “하지만 기업의 근본적인 개선이나 채권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틈새 공략 전략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저등급 채권 살리려면 세제혜택 등 유인책 필요
 
저등급 채권은 대개 고금리를 내걸고 기관투자자 외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가 이뤄졌다. 특히 2024년까지 증시 불황에서 주식보다는 비교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한편 은행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어 ‘채권개미’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서울 여의도증권가 (사진=IB토마토) 
 
실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더라도 개인투자자를 통해 물량을 소화했다. 금융투자협회 ‘2024년 장외 채권 시장 동향’에 따르면, 2024년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 규모는 42조5000억원으로, 전년 37조5600억원 보다 5조원 늘어 역대급 증가세를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의 흐름은 올해 3월 발생한 홈플러스 사태 이후 달라졌다. 금융투자업계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회사채 순매수 규모는 1분기 1조7618억원에서 2분기 1조4140억원으로 19.8% 감소했다.
 
특히 증시 활황이 발생한 6월에는 감소세가 두드러져 6월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회사채 규모는 3950억원으로 1월 기록한 8157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저등급 채권 신뢰도 하락과 최근 주식 시장 호황이 맞물린 결과다. 게다가 지난해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세제 혜택도 종료가 됐다. 하지만 저등급 채권이 발행돼야만 은행 대출이 어려운 기업들도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 시장에서 저등급 채권을 발행을 위한 세제 혜택이 다시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에 모범 자본을 공급하는 한편, 개인에게도 안정 투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에 "현재 저등급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발행 여건이 악화됐다"라며 "비우량 회사채 시장 활성을 통한 모범 자본 공급과 투자자 투자 기회 제공 차원에서 지난해 종료된 분리과세 세제혜택 재도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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