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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4일 18:3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시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은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증시 랠리에 올해 신규 IPO 종목은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의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현재의 시장 활황이 지속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최근 현황을 비롯해 관련 제도 변화와 투자 방향 등을 통해 기업 자금 조달 측면에서 IPO시장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엔 경영진의 충실 대상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는 안이 포함됐다. 당장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해오던 국내 대기업에 제동이 걸렸다.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이나 자회사 중복상장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소액주주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성공적인 IPO를 위해선 상장 이전 리밸런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우려에도 IPO 도전하는 'SK'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플라즈마는 IPO를 위한 증권사 프레젠테이션(PT)를 진행했다. 해당 PT에선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037620),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신한투자증권 등이 참여했다. 증권사들은 SK플라즈마의 기업가치를 1조원에서 2조원 사이에 책정하고 공모 규모를 3000억원에서 5000억원 사이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라즈마 안동공장 (사진=SK케미칼)
SK플라즈마가 IPO를 추진하는 이유는 자금 조달과정에서 전략적투자자(SI),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계약 때문이다. 2021년 SK플라즈마는 11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2026년까지 IPO를 실시하는 조건을 달았다. 현재
SK디스커버리(006120)에 이은 2대주주는 지분 27.39%를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한앤코20호 유한회사'다.
하지만 최근 SK그룹의 IPO가 잇달아 좌절되면서 SK플라즈마 IPO에는 불확실성이 감지된다.
지난 6월
SK이노베이션(096770)은 윤활유 생산 자회사 SK엔무브 FI의 지분 매입을 결정했다. IPO를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SK엔무브는 현재 SK온과의 합병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IPO를 통한 자금 조달과 외형성장 전략이 힘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게 한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최근 상법 개정안에 회사의 주주 이익 보호가 의무로 명시되면서 부담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SK플라즈마의 경우 SK엔무브와는 달리 IPO 추진 동력이 아직은 살아있다는 평가다. 물적분할이 이뤄진 지 10년 가까이 지나 중복상장 우려에서 다소 자유롭다. 또한 당초 그룹 바이오 사업 육성을 위해 별도 신설한 회사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대어급 자회사 IPO, 상법 개정 '난항'
SK그룹은 신사업 확대 재원을 IPO를 통해 마련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SK바이오팜(326030)이다. 상장 당시 일반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IPO를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널리 소개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물론 당시에도 회사 주력 사업 분할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이 지적받기는 했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 시기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주가를 부양하면서 지탄의 목소리를 덮었다.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2022년 고금리 시기부터다.
당시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금융시장은 예상치 못한 고금리 환경을 맞았다. 레고랜드발 채권 위기는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어렵게 만들었다. 대기업들이 IPO에 뛰어든 이유다.
하지만 대기업 자회사의 IPO는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소액주주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는 ‘쪼개기 상장’으로 비난받으면서 정부와 정치권에까지 전달됐고, 상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상법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기업 IPO 전략, 리밸런싱 전제돼야
국내 대기업들이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자회사 IPO에 나서는 이유는 대규모 자금을 필요해서다. 이차전지나 신재생에너지, AI와 바이오 등 대규모 투자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동시에 보호돼야 하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IPO를 위해선 기업 리밸런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기업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는
HD현대(267250)다.
HD현대는 지난 3일 하반기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선 정유·석유화학 계열의 리밸런싱 방안이 심도 있게 검토됐다. 특히 2022년 상장 추진된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해서는 리밸런싱이 결정됐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HD현대는 우선
롯데케미칼(011170)과 충청남도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위치한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어 쉘과의 합작법인 HD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고성능 윤활기유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이를 위해 오는 2027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대산공장 증설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신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수요가 있는 만큼 대기업들의 IPO는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정부 차원에서 중복상장 규제안 도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시장을 설득할 정도의 기업가치 조정과 비전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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