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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장기 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인 ‘배드뱅크’ 사업 전개로 제2금융권이 오래된 연체채권을 털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채권 매매가 이뤄지면 대손충당금 환입 효과에 따른 매각이익도 일부 얻게 된다. 다만 회계적으로 이미 상각했던 것들이라 자산건전성 개선 측면에서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권 매입대상 장기 연체채권 규모 4.4조원
4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배드뱅크 사업 전개로 금융권이 매입해야 하는 연체채권 예상 규모는 총 4조4000억원이다. 업권별로 ▲신용카드사 1조7000억원 ▲은행 1조1000억원 ▲보험사 8000억원 ▲저축은행 5000억원 ▲캐피탈사 3000억원 등으로 파악된다.
배드뱅크 사업에서 매입하는 채권은 기본적으로 7년 이상의 장기연체 건이며, 차주당 5000만원 이하 범위의 개인 무담보채권이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지원 등 민생안정 목적인 만큼 장기 연체자가 대상이다.
앞서 금융위원회에서 밝힌 해당 성격의 연체채권 규모는 지난 4월 기준 16조4000억원이다. 다만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공공기관 몫으로 전해졌다. 금융기관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채권을 이미 매각한 경우다.
부실채권 매입은 캠코가 출자한 채무조정 기구에서 금융사와 협약해 일괄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상환능력을 상실한 채권은 바로 소각하고, 상환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원금을 최대 80%까지 감면해주는 식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실채권 관리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배드뱅크 사업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예결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고 금융위원회 소관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까지 의결한 상태다. 관련 예산은 총 8000억원으로 캠코가 4000억원 출자하고, 나머지 4000억원은 캠코의 채권 발행이나 금융회사 기여금으로 채워지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채권 매각이익도 일부 반영 예정…건전성 개선 영향 적어
금융사가 장기 연체채권을 배드뱅크에 넘기면 매각이익도 일부 얻을 것으로 보인다. 미리 대손충당금으로 손실 처리했던 연체채권에서 충당금 환입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특히 신용카드사나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는 기본적으로 건전성 분류 및 대손충당금 적립 의무 법령에 따라 부실채권을 관리한다.
그 중에서도 건전성이 우수한 신용카드 업계는 장기간 연체된 채권에 대해 이미 상·매각했거나 충당금을 100% 수준으로 쌓아 관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연체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과거에 충분히 적립해 미리 반영해뒀다면, 이번에 채권 매매 과정에서 충당금 환입 효과가 발생해 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7년 정도 연체면 거의 100% 수준의 충당금이 쌓인 상태라 현재는 관리만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라면서 “충당금을 쌓을 때 손실은 이미 인식했고, 나중에 매각하면 오히려 매각이익만 가져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추정하고 있는 채권 매입가율은 평균 5% 수준이다. 과거 대규모 채무조정 프로그램에서 매입가율이 4.0%~5.2% 범위였다는 전례에 따랐다.
매입대상 연체채권 금액에 매입가율 5%를 적용한 예상 매각이익은 ▲신용카드사 850억원(1조7000억원*5%) ▲은행 550억원(1조1000억원*5%) ▲보험사 400억원(8000억원*5%) ▲저축은행 250억원(5000억원*5%) ▲캐피탈사 150억원(3000억원*5%) 등으로 산출된다.
다만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비율 같은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는 덜하다고 평가된다. 연체채권을 과거에 이미 상각 처리했다면 건전성 분류 대상 채권에서는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다.
업계 또 다른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상각한 채권이라면 건전성 지표에서는 이미 반영되지 않고 있다"라며 "충당금만 쌓아놓고 상각 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라면 배드뱅크 채권 매각에 따른 건전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7년씩이나 연체된 채권이 상각 없이 아직까지 남아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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