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고객들이 굳이 중소형 증권사로 찾아갈 이유가 있을까요? 한 곳에서 다 해결할 수 있다면 금융지주사 소속 증권사만 유리해지겠죠. 금융 당국이 지주사 쪽 편의만 봐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내년 1분기부터 은행과 증권사 복합 점포의 업무 칸막이가 사라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한 중소형 증권사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는 은행과 증권사가 복합 점포의 상담 공간을 함께 쓰고, 고객 정보도 공유하도록 허용하는 안을 내놨다. 지난 7월 내놓은 금융규제개혁방안의 후속 조치로, 이번에 구체적 시기와 개선 방안이 마련됐다. 다만 기존에 논의됐던 보험사 입점은 미뤄졌다.
그동안 복합 점포의 경우 은행과 증권사 간 출입문이 달랐고, 공동 상담실은 칸막이로 막혀있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이같은 규제가 사라지면 고객은 복합 점포의 사무실에서 은행과 증권사 상품 가입을 함께 상담받을 수 있게 된다.
이같은 규제 완화는 은행 계열 증권사 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금융지주사에 속한 증권사로는 KB투자증권, NH농협증권, 하나대투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전망이다. 지주사 소속 증권사 중 입지가 약했던 업체의 영업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의 수익 기반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A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그룹 입지가 탄탄한 지주사 계열 증권사의 영업력이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며 "우리같은 중소형사의 경우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일도 그렇고, 다양한 투자 상품을 소개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복합점포 규제완화로 인해 중소형 증권사 영업직원들의 구조조정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 대외협력국장은 "중소형 증권사는 고객 영업으로 먹고 살 수 밖에 없는데, 결국 중소형사의 영업 기반은 무너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이 내년 1분기 중 가시화되면 중소형사의 지점 통폐합과 희망 퇴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대형 증권사 중심의 정책에만 치중하는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B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당국이 대형사를 대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할 여건을 마련해줬지만, 이들 대형사의 수익은 결국 우리 '마이너'의 영역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래저래 중소형 증권사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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