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차례상 준비 겁난다"…명절 장바구니 부담에 한숨 '가득'
사과·찹쌀값 급등에 차례상 간소화 고민하는 명절 풍경
값싼 제품에 머무는 발걸음…명절 준비가 겁나는 소비자들
2025-09-30 15:54:09 2025-09-30 16:36:14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추석을 엿새 앞둔 3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은 분주했지만, 장바구니는 예년만큼 무겁지 않았습니다. 채소와 과일, 달걀, 돼지고기 등 제수용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차례상 차리기가 겁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롯데마트 내 채소 코너. (사진=이지유 기자)
 
송파구 롯데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모(52)씨는 사과 6개에 1만7990원이란 가격표를 보고 잠시 들여다보다 결국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았습니다. 김 씨는 "차례상에 꼭 올려야 하는 과일이라 외면할 수는 없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부담이 크다"며 "작년보다 30%는 오른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마트를 찾은 다른 시민들 사이에서도 "체감물가가 30~40% 올랐다"는 하소연이 이어졌습니다. 60대 박모 씨는 "상추, 오이 같은 채소가 너무 올라 깜짝 놀랐다"며 "애호박 하나가 1896원, 시금치 200g에 5000원이라니, 올해 차례상은 가짓수를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마을 재래시장 과일 가게. (사진=이지유 기자)
 
이처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겉모양은 다소 흠이 있지만 가격이 저렴한 '못난이 과일'을 찾는 이들도 늘었는데요. 잠실 새마을 전통시장 과일 가게 주인은 "예전에는 못난이 과일은 잘 안 팔렸는데, 요즘은 오히려 먼저 찾는다"며 "보기 좋은 사과나 배는 작년보다 최소 10% 이상 비싸니,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 나온 주부 이모(34)씨는 작은 상처가 난 참외 3개가 들어 있는 봉지를 5000원에 구입했습니다. 그는 "겉모양은 다소 별로지만 가족끼리 먹을 거니 괜찮다"며 "차례상에는 좋은 걸 올리고, 먹는 건 이렇게 저렴하게 고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반찬 가게 앞에 선 30대 직장인 김모 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인 가구인 그는 도라지무침과 고사리 나물 소분 팩을 하나씩 집어 들며 "차례를 지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명절 분위기 좀 내보려고 간단한 반찬 몇 가지는 챙긴다"며 "혼자 먹을 거라 양이 많으면 오히려 부담된다"고 언급했습니다. 
 
고사리 150g을 봉지에 담으며 그는 "예전엔 어머니가 해주시던 걸 얻어 먹기만 했는데, 요즘은 이렇게 시장에서 조금씩 사서 소소하게라도 기분 내는 게 좋다"고 덧붙였는데요. 
 
"체감 물가 30~40% 올랐다"…차례상 간소화하는 가정 늘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차례상을 간소화하는 가정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광진구에 거주하는 주부 최모(58)씨는 "사과, 배, 감 같은 기본 과일에만 6만~7만원이 훌쩍 든다"며 "여기에 한우나 돼지고기, 나물까지 준비하려면 열흘치 식비가 날아간다. 그래서 올해는 차례상을 간소화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형마트 안 과일 코너. (사진=이지유 기자)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사과 '홍로'(중품) 10개 가격은 3만90원으로 전년(2만7072원)보다 약 7.4% 올랐고, 송편에 들어가는 찹쌀 가격은 1kg당 6407원으로 전년 평균 대비 61.0%나 상승했습니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20대 성수품 공급을 평시보다 1.5배 늘리고 할인쿠폰도 지원하겠다는 방침인데요.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냉랭합니다. 
 
롯데마트 안 육류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는 소비자. (사진=이지유 기자)
 
마트에서 만난 한 주부는 "할인쿠폰이 있어도 가격 자체가 워낙 올라서 체감이 크지 않다"며 "예전에는 20만원으로도 제법 장을 봤는데, 지금은 20만원이면 반도 못 산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분주한 시장과 마트 곳곳에서는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이 진열대를 한참 살핀 뒤, 가격을 확인하고 계산기를 꺼내 드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제수용품보다는 할인 품목이나 마감 세일 코너 앞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졌는데요. 무거워진 장바구니만큼이나, 명절을 준비하는 마음도 함께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던 70대 김모 씨도 "올해는 손주들 용돈만 챙기고, 차례상은 정말 간소화할 것"이라며 "오랜만에 자식들 밥 한 끼 챙겨주고 싶은데, 물가가 너무 올라 걱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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