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된 첫날,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성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일부 판매점에서 공식 대리점 수준을 크게 웃도는 보조금과 현금 페이백이 음성적으로 살포됐습니다. 시간대별로 지원금 규모가 달라지는 양상도 나타났습니다.
22일부로 단통법이 폐지됨에 따라 이동통신사의 공시 의무가 사라지고 공시지원금의 15% 한도로 제한됐던 추가지원금 상한이 없어졌습니다. 이제 이통사는 '공통지원금' 형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유통점은 자율적으로 추가 보조금 액수를 책정하게 됩니다.
과거 '불법 지원금'으로 통한 출고가를 넘어선 보조금, 현금 페이백 방식도 허용됩니다. 방통위는 지난 17일 단통법 폐지 시행 관련 백브리핑에서 "출고가를 넘어서는 보조금, 페이백 방식도 계약서상 명시만 된다면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방통위는 "시간대별로 보조금 규모가 달라지는 판매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성지 등 특정 채널이 지나치게 지원금이 많은 경우, 이러한 차별을 유도하는 행위가 어디에서 이뤄지는지 살펴보고 이것이 이용자 차별을 해당한다면 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가입 유형·요금제·단말기 등 같은 가입 조건의 이용자에게 비슷한 수준의 지원금이 지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22일 서울 소재 휴대전화 매장에 이동통신 3사 로고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방통위의 경고가 무색하게 이날 성지라 불리는 일부 판매점에서 일반 대리점 수준을 크게 웃도는 지원금과 현금 페이백이 배포됐습니다. 서울 논현동 인근 A 판매점에서는 10만원대 요금제, 1만~3만원대 부가서비스 3개월 유지 조건으로 갤럭시 Z폴드 7(이하 256gb·공통지원금 기준)에 대해 통신사 번호이동 기준 지원금 11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출고가(약 250만원)에서 빼면 소비자 부담금은 약 140만원입니다. 같은 조건으로 갤럭시 Z플립 7은 지원금 98만원 지급으로 부담금 50만원, 갤럭시 S25 모델은 출고가를 넘어선 15만원 현금 페이백을 제시했습니다. 서울 양천구 인근 B 판매점에서는 폴드와 플립 기종에 각각 100만원, 90만원 규모의 지원금을 언급하며 S25 기종은 20만원 현금 페이백을 제안했는데요. 서울 사당동 인근 C 판매점에서는 동일한 조건으로 S25 기종 30만원 현금 페이백을 약속했습니다. 서울권 일반 대리점에서 비슷한 요금제를 유지하되 부가서비스만 빠진 조건으로 각 모델에 60만원 수준의 지원금을 제시한 데 그친 것과 대비됩니다. 성지 대비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페이백 금액 포함 90만원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이미지=챗GPT)
성지 판매점은 네이버
(NAVER(035420)) 카페·밴드 등을 통해 구매자를 모집하고
카카오(035720) 오픈채팅방으로 매장 위치와 시간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갑니다. 희망 모델, 개통 방식(번호이동·기기변경)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지원금 규모를 '직접' 언급하는 것을 꺼렸는데요. 매장에서 구매 의사를 밝힌 구매자에게 계산기 혹은 노트를 내밀며 흔적이 남지 않는 방식으로 흥정을 진행합니다. 일명 '폰파라치'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생긴 이 기이한 거래 방식은 사실 단통법 폐지 이전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법 폐지 이후에도 이같은 판매 방식이 이어지는 모습인데요.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지원금은 차별 행위로 보겠다는 언급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일부 성지 판매자는 시간대별로 지원금 규모가 변경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오전과 오후에도 핸드폰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방통위가 우려한 정보 불균형 및 특정 채널의 지나친 지원금 지급 현상이 단통법 폐지 첫날부터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앞서 방통위는 "특정 유통점 지원금이 부적절하게 많은지에 관한 모니터링 등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며 "시장의 움직임은 현 상황에서 예측할 수 없기에 이용자 차별의 기준은 단통법 폐지 이후 시장의 상황을 보고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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