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거짓 후기를 조직적으로 작성해 소비자를 속인 중소 가전업체 오아가 9월 코스닥 상장을 추진합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아 한 차례 상장을 철회했던 오아는 재발방치대책을 마련해 한국거래소 문턱을 넘은 겁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소비자 기만을 이유로 제재를 받았던 기업이 상장되면 시장 건전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추가적인 소비자 신뢰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아는 미래에셋비전스팩2호와 합병해 4월29일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고 5월3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회사는 다음 달 주주총회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거쳐 9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오아는 중소형가전 브랜드 '오아'와 헬스장 타겟 건기식 브랜드 '삼대오백'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아는 2020~2021년 온라인 쇼핑몰에서 '빈 박스 마케팅' 방식으로 3700건의 거짓 후기를 조직적으로 양산해 소비자를 기만했습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해 실제 구매자인 것처럼 위장 후기를 쓰게 한 뒤 제품 대신 빈 상자를 발송해 쇼핑몰의 후기 검증 시스템을 교묘히 피해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방식과 규모 모두 악의적이고 소비자 피해가 중대하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오아는 2021년 신청했던 직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습니다.
이로 인해 재무상태도 악화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아의 최근 3개년(2022~2024년) 매출은 742억원, 889억원, 969억원으로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2022년에는 공정위 과징금 여파로 주요 매출처 판매 중단이 이어지며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부채비율은 2022년 149.6%에서 2023년 286.5%로 급등했다가 지난해 166.4%로 낮아졌습니다. 2023년 부채 비율은 업종 평균(159.4%)의 약 1.8배 수준에 달합니다. 차입금 의존도도 2024년 기준 45.5%로 업종 평균(30.0%)의 2배에 달합니다.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시장 상장폐지 제도를 다듬고 상장심사를 강화한 가운데 이같은 제재를 받은 기업이 상장되는 것에 대해 시장 건전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한 오아가 상장 과저에서 과거 조직적 기만행위를 만회할 만한 충분한 조치인지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 번 소비자를 속인 기업이라는 낙인은 상장 이후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며 "재발 방지 대책만으로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내부 통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기업 가치가 평가 절하되고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한 학계 관계자는 "상장을 허용했다는 것과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소비자를 기만한 전력이 있는 기업은 단순히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더 높은 수준의 책임 있는 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거래소 절차상 상장에는 문제가 없지만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철저하게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이 같은 노력이 부족하면 시장 평가가 크게 떨어지고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아는 내부 관리 체계 및 마케팅 방식을 개선하고 코스닥 상장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오아는
NAVER(035420)(네이버) 공식 대행사인 '프로그래스미디어'와만 계약하고 내부 마케팅 교육을 통해 영업·마케팅 인력이 직접 광고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회사 측은 "당시 이슈가 해결되지 않으면 심사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오아 로고.(사진=오아)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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